기아자동차가 크레도스로 배수진을 친다.

기아자동차는 20일부터 중형승용차 크레도스의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고
19일 발표했다.

크레도스는 취약한 중형차 라인을 새롭게 채울 전략차종.동급 최고수준의
실내공간과 뛰어난 가속성능, 정숙성을 내세우고 있는 이 차는 현대 쏘나타,
대우 프린스과 더불어 중형승용차 시장의 격전을 예고하는 기아의 "신병기"
이다.

가격대를 쏘나타 보다 높게 설정한 것도 "신병기"라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크레도스는 단순한 독자모델 중형승용차라는 의미만 갖고있는 것이
아니다.

기아는 그 이상의 역할을 크레도스에 기대하고 있다.

그 이상의 역할은 "적자경영에서 헤어나고 악성루머를 불식시켜 달라"
(영업본부장 허근무전무)는 것.

기아는 지난해 7백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적자를 냈다.

"봉고신화"이후 첫 적자다.

M&A(기업인수합병)의 악몽에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도 늘상 1만3천-1만4천원선의 박스권만을 맴돌고 있다.

현대자동차 주가의 30% 수준이다.

프라이드 이후 세피아를 제외하면 뚜렷한 대표차종이 없었고 과감한
투자의 후유증으로 살림이 빡빡해진게 그 원인이다.

기아가 크레도스를 승부수로 여기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아는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이유는 또 있다.

크레도스 개발이 투자의 일단락으로 보고 있기 때문.

지난87년 프라이드로 승용차시장에 다시 진출한 기아는 크레도스로 승용차
부문의 풀 라인 업(Full Line-Up)을 갖추게 됐다.

고작 8년사이에 풀 라인 업을 이룬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그만큼 투자가 많이 먹혔다.

여기에만 4조원이라는 뭉칫돈이 들어갔다.

생산뿐만 아니라 R&D와 해외판매체제 구축도 동시에 착수해 결실을 보고
있다.

미국 판매망 구축작업이 내년이면 마무리되고 대규모 도쿄R&D센터가 오는
22일 완공된다.

어쨌든 이제 아산만 2공장인 연산 20만대의 크레도스 공장이 지어지고
제품이 나왔다.

당분간은 대단위 투자도 없다.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 졸업(크레도스)을 시켰으니 이제 돈 벌어오는
일만 남았다"(자금담당 이강전이사).

크레도스에 거는 기대는 이렇다.

그러나 크레도스가 "제2의 봉고신화"를 낳고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몇가지
걸림돌이 남아있다.

우선 신차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크레도스 전용 도장공장이 완성되질 않아서다.

적어도 8월말까지는 세피아 스포티지등이 생산되는 아산만 1공장의
도장공장을 활용해야 한다.

날개 돋친듯 팔린다해도 물건을 댈수 없다는 얘기다.

노사관계도 크레도스로 힘을 모을수 을 정도로 원만하지 않다.

지난17일 기아 노동조합은 조합원 71.4%의 찬성으로 쟁의돌입을 결의했다.

물론 곧 단체행동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기아가 7-8월 두달간은 월평균 4천대 정도를 내놓으면서 이미지 구축에
전력을 쏟겠다는 것도 물량공세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기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을수 있도록 판매와 애프터서비스
의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는 각오이긴 하나 진정한 평가는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크레도스 판매가 제대로 안되면 기아는 한없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배수진을 치게 된 것이다.

과연 봉고에 이은 새로운 "신화메이커"가 탄생할 것인가.

자동차업계는 물론 재계전반의 관심이 이곳에 쏠리고 있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