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쌀지원문제와 관련한 남북한간의 북경회담이 성공리에 진행됨에
따라 대북쌀지원방안이 급속도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간 일본정부는 쌀을 지원하고 싶어도 한국의 눈치를 보느라 실현에
옮기지 못했었으나 남북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런 장애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30만톤의 쌀을 북한에 지원해 주기로 결정한 단계이며 북한도
일본쌀을 수송하기 위한 수송선단을 대기시키고 있는 것으로 산케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일본정부는 20일 무라야마총리가 프랑스에서 귀국하는대로 대북한 쌀지원을
공식으로 결정하고 물량및 지원시기, 수송방법등에 관해 북한과 협상을
개시할 방침이다.

일본은 북한에의 쌀지원이 실현되리란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식량난에 처한 북한측으로서는 일본쌀을 받아들이는게 최대의 과제여서
북경회담을 성사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식합의도 되기 전에 남북합의가 이뤄졌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자주 나오는
것도 기본적으로 일본측의 이같은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일본정부는 남북간의 합의발표가 나오면 핼리팩스서미트에 참석한
무라야마총리가 귀국하는대로 지원방침을 공식확정하고 지원량과 시기 수송
방법등에 대해 북한측과의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본정부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잉여미 80만t중 국내소요분을 제외하고
55만t이상은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측이 일본측에 요청한 최소한 30만t이상이란 물량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있다.

일본은 북한에의 지원을 위해 이미 20만t이상의 쌀을 요코하마 오사카
하타카등 주요항구에 운반해 놓았으며 현재도 운반작업을 계속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역시 일본의 쌀을 조속히 받아들이기 위해 현재 주요항구에 10여척의
선박을 대기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과 일본간에 쌀지원합의가 이뤄질 경우 길어도 1개월정도면 실제
운반이 시작될 수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정부는 북한이 쌀을 빌려달라고 했음에도 불구 이를 무상원조형태로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북한과는 국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당사국간의 대여라는 형식보다는 국제
기구등을 통한 무상원조가 현실적이란 의견이 많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북한에의 쌀지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이번
기회를 북한과의 수교협상재개를 위한 절호의 찬스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기회있을때마다 북한과의 수교교섭은 무조건으로 임한다는
입장을 누누히 강조해 왔지만 경수로문제등이 걸려 협상재개를 실현치 못해
왔었다.

북한은 경제난타개및 고립회피등을 목적으로 일본과의 국교교섭재개의사를
이미 일본에 통보해 놓은 바있다.

쌀지원성사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수교협상이 재개되기만해도 현재 여러가지
문제로 코너에 몰리고 있는 연립여당으로서는 정국을 돌파할 수있는 큰
호재를 얻게 되는 결과도 된다.

가토 고이치자민당정조회장이 한지방도시에서의 강연을 통해 "무라야마정권
동안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란 큰 업적을 올리고 싶다"고 밝힌 것도 이번
기회를 대북한문제타결및 정국타개를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는 의도를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쌀지원문제를 계기로 수교재개를 위한 북한과 일본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