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연금이 장기저축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꼭 1년전인 지난해 6월20일 도입된 개인연금은 국내 최장기 금융상품이자
사적연금성격을 띠고 출발했다.

노후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일반인들의 시선이 집중될수
밖에 없었다.

그결과 1년만에 전체금융권의 개인연금 수신고는 4조원가까이에 달했다.

당초 기대했던 5조원에는 못미치는 규모다.

그러나 한 상품의 1년 수신고로는 사상 최대수준이다.

가입자수도 500만명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개인연금제도가 국민생활속에 완전히 뿌리 내린
것"으로 평가한다.

개인연금제도가 이처럼 짧은 기간안에 성공적으로 정착된데는 여러 요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요인은 우리 경제가 성장하면서 노령화사회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노후생활에 많은 관심이 가지게끔 사회분위기가 흘러가고 있어
정년퇴직이후의 생활보장을 위한 개인연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20~30대 신세대 젊은이들의 생활방식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자신의 장래를 스스로 책임지고 준비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신세대들의
개인연금 가입이 예상외로 많다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

정부에서 개인연금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이자소득세 면제와 연말정산때의
소득공제"등 상당한 세금혜택을 부과한 것도 개인연금이 빨리 정착되는
밑거름이 됐다.

금융기관들이 장기간 자금을 굴릴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유례없이 뜨거운
판촉전을 벌인 것도 개인연금정착에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개인연금은 판매 초기에 금융기관간의 과열경쟁 양상을 보였다.

지나친 경품제공과 편법유치 과장광고등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기관들의 조직력과 수익률을 앞세운 경쟁으로
날로 가입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1년전 개인연금이 시판되면서 누가 강자로 등장할 것인가가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은행권은 대외공신력과 대출등 자금력을 갖고 있다는게 강점이었다.

보험권은 불의의 사고에 대한 보장성기능을 무기로 삼았다.

투신사가 내세운 것은 "고주가"를 바탕으로 하는 높은 수익률이었다.

각 권역별로 치열한 홍보전으로 총력 유치전을 벌였다.

초기의 주도권은 은행이 잡았다.

시판 첫 한달동안 은행은 206만건 2,03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가입건수를 기준으로 할때 이는 전체의 86.6%였다.

다른 권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생보사는 22만건 217억원으로 점유율이 9.5%에 그쳤다.

투신사들도 생보사들과 비슷했다.

손보사는 8만8,000건 173억원으로 3.8%의 점유율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보험사들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3월말 현재 생보와 손보를 합친 보험사의 개인연금유치실적은 1조
5,000억원선.

은행권(1조2,000억원선)을 완전히 따라잡고 1위로 올라섰다.

이같은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은 보험사의 막강한 조직력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생보사들은 40만명을 웃도는 생활설계사(모집인)들이 버티고 있다.

이런 막강한 판매조직의 풀가동으로 은행을 간단히 따라잡은 것이다.

반면 은행권은 초기에 경쟁적 유치활동을 통해 "소액다건"으로 가입했던
계약자들의 이탈로 판매신장에 한계에 부딪쳤다.

투신사들도 꾸준히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조직과 점포망이 은행이나 보험보다는 열세이지만 증권시장의 활황덕을
많이 본 것도 사실이다.

투신사들은 지난해 한때 100%가 넘은 수익률을 기록해 다른 금융권의
부러움을 한몸에 사기도 했다.

기타 농.수.축협과 우체국등은 당초 예상보다는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으나
꾸준히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판매 2차연도인 올해는 시장규모가 6조5천억원정도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자유화와 금융개방화로 수지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장기.안정 자금"의 확보를 위해 더욱 치열한 개인연금판매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장기자금의 확보는 금융기관들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개인연금등 장기 안정적인 자금을 얼마나 확보하는냐에 따라 금융권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은행 보험 투신사는 물론 농.수.축협과 우체국도 지금보다 훨씬
강도높은 판매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연금의 판매확대가 무조건 좋은것만은 아니다.

금리전망이 불투명한데도 금리확정형 상품을 대량 판매해 금융기관들은
오히려 상당한 위험을 안게된다.

특히 개인연금의 85%이상을 금리확정형으로 판매한 생보사들과 일부
손보사들은 더 큰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다.

은행권도 고객에게 약속한 연금을 지급할수 있는 지불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수신금리의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투신사들은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증시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고객이 오히려
손해볼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개인연금은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나 기타 복지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따라서 은행 보험 투신사등 개인연금을 판매하는 금융기관들은 이를
일반적인 금융상품이나 보험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계약자의 재산을 장기간 위탁관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금융기관들은 "고객의 재산"이자 "내 재산"이라는 생각으로 수익제고는
물론 손실축소가능성에도 항상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