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간 북경쌀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1일 국민들은 "이번
협상타결이 민족화해와 김일성사망이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전기가될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대북쌀지원협상이 일본을 의식,너무 급하게 진행됐다는 비판과 함께,
협상타결이 남북대화 재개로 이어지게 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조심스런 의견도 아울러 제시됐다.

<>경실련 유재현사무총장 =정부가 중국 북경에서 북한과 진통끝에 쌀제공
협상을 타결,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쌀을 보낼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또 협상타결이후 민간차원의 북한돕기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를 바란다.

이와함께 협상타결을 계기로 남북한 사이의 고위급 회담이 이뤄지고 빠른
시일내에 남북한간 정상회담까지 열려 실질적인 남북협력시대가 개막
되기를 기대한다.

<> 북한연구소 김창순이사장 =대북쌀지원으로 그동안 경색돼온 남북한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쌀회담이 타결됐다고 해서 곧바로남북대화 재개나 전면
개방에 나설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쌀지원은 단순한 인도적 차원을 넘어 미묘한 국제정치가
얽혀있어 보다 냉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북한이 일본에 쌀지원을 요청한 것도 국내 식량난해결과함께 쌀을 통한
일본과의 수교협상 재개를 노리고 있는 것이 예이다.

<>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성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적극 환영한다.

물론 쌀이 군량미등으로 전용되지 않을까하는 의혹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를 감안하더라도 쌀제공은 남북관계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우리가쌀을 보내지 않으면 북한과 일본의 수교문제가 한국을 배제한채
이뤄질 수있는 만큼 이번 회담타결은 외교차원에서도 대단히 잘된 일이다.

<> 김용애씨(27.주부.서울노원구중계주공아파트) =우리 동포들이 살고있는
북한이 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는데
이번에 15만톤의 쌀을 지원하게 됐다는 뉴스를 보고 기뻤다.

북한도 사람사는곳이라 끼니를 거를까하고 항상 생각했는데 북한이 한국과
일본에 식량외교에나선 것을 보고 북한동포들의 식량난을 실감했다.

15만t이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북한동포들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 김동배교수(45.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개인적이든 국가적이든 약자를
돕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쌀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폭적인
양보를 한 점은 바람직하다.

북한이 쌀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거나 일본쌀을 얻어내기 위해
협상에 나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민족복지차원에서 쌀문제를 다뤄야
남북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가능해진다.

<> 조배숙서울고법판사(39) =이인모씨 송환때처럼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우리의 순수한 마음을 악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칫하면 따뜻한 동포애가 김정일의 주석직 승계를 도와주는 쪽으로
왜곡될 수가 있다.

쌀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말고 식량난해소에 사용됐는지 검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 사회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