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수 <한은조사1부 조사역>

[[[ 통화정책의 중간목표 <2> ]]]

일반적으로 중간목표의 선택은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 관한 인식에
따라 달라질수 있는데 이에관한 여러가지의 논의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금리를 중시하는 케인지안의 견해와 통화량을 중시하는
통화론자들의 견해 등이 있다.

먼저 케인지안은 통화와 금융자산간에는 상호 대체성이 높아 통화수요
형태는 불안정하지만 소비나 투자등의 지출행위는 보다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따라 통화의 증가로 시장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이를 통해 소비와
투자수요가 늘어나고 궁극적으로 소득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즉 케인지안은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를 "통화-금리-실물경제"로
인식하고 통화수요함수보다는 소비.투자수요함수의 안정성이 더 높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통화량보다는 금리가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로서 적절
하다고 주장한다.

이에반해 통화론자들은 통화는 그 자체가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으로서 어느 특정금융자산과 대체관계에 있다기 보다는 실물자산을
포함한 모든 자산과 대체관계에 있다고 본다.

이에따라 특정금융시장의 금리변동이 통화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통화수요는 소비.투자수요보다 오히려 더욱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통화의 증가는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에 대한 지출을 동시에
증가시켜 곧바로 실물경제의 확장을 가져오므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도
"통화-금리-실물경제"가 아닌 "통화-실물경제"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통화론자들은 실물경제 조절을 위한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로는
금리보다 통화량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중간목표 선택에 관한 이론적인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들은 케인지안이나 통화론자의 득세 여부에 따라, 또는 각국이
처한 금융.경제 여건에 비추어 나름대로 적합한 지표를 선택해 왔다.

예를들면 1970년대초까지만 하더라도 금리를 중간목표로 하여 총수요를
관리해야 한다는 케인지안의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1970년대 중반들어
급격한 통화증발과 인플레이션의 지속으로 물가안정이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됨에 따라 통화론자의 견해가 득세하면서 세계 각국은 통화총량을
중간목표로 채택하여 왔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이후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된
가운데 금융혁신의 진전및 자본시장 개방의 영향으로 통화량과 금리,
그리고 환율간의 연계성이 높아져 통화량중시정책에 한계가 나타남에
따라 다시 금리및 환율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금리규제로 인한 만성적인 초과자금수요의 지속,
장단기금융시장의 발달지연 등으로 인해 금리기능을 활용하는 통화정책이
사실상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로서 통화량인 M 2 를
사용하여 오고 있다.

최근들어 금리자유화 등으로 금리의 가격기능이 제고되면서 금리를
중간목표로 채택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금리는 통화량과는 달리 최종목표
달성을 위한 금리목표를 정하기가 어렵고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물가안정기조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데다 뚜렷한 대표금리도 없어
금리를 중간목표로 사용하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앞으로 자본및 외환자유화가 더욱 진전되면 환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나 환율을 중간목표로 운용하게 되면 환율목표
달성을 위해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최종목표
달성을 위한 적정수준의 목표설정이 어렵고 통화당국에 의한 정확한
통제도 불가능하여 환율을 중간목표로 활용할수 없는 여건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