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1일 국기전본선대국에서 양재호구단이 최규병칠단에 승리했다.

구단이 칠단을 이긴것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양구단이 최칠단에게
93년 3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1연패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첫대국에서 최칠단에게 패하는 등 올해도 3전전패를 기록해 언제쯤
연패의 고리를 끊을지 비상한 관심을 끌던중이었다.

국내바둑 제5인자를 꼽으라면 바둑인들은 양재호구단을 거론한다.

89년 동양증권배에서 야마시로,서봉수등을 꺾고 세계타이틀을 차지했고
4인방의 위세속에서도 준우승을 2번 차지했다.

통산승률 68.1%로 당당 4위다.

올해도 25승7패로 승률1위를 달리는 양재호구단이다.

그런 양재호가 유독 최규병에 약한 이유는 아마때부터의 전력에
한 원인이 있다.

최규병칠단은 조남철가의 일원으로 12세에 입단(역대3위)할 정도로
천재성을 보인기사다.

따라서 아마시절 두기사의 대국에서 최칠단이 대부분 승리했다.

어린이국수전에서 최칠단이 우승,양구단이 준우승하기도 했다.

그런 전력이 입단후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프로기사들은 심리적요인이 승부에 많은 미친다고 말한다.

조치훈은 육단시절(75년) 일본기원선수권전에서 사카다(판전 영남)구단에
2연승후 3연패로 타이틀획득에 실패한후 지금도 그에게 약한면모를 보인다.

기풍의 차이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리파인 양구단이 모험적이고 스케일 큰 최칠단에 기풍상 약하다는
것이다.

한의사 윤승일(33)씨의 해석은 색다르다.

둘다 "불의 성격"인데 최규병의 불이 양재호의 그것보다 세다는 분석을
한다.

한때 양구단은 이창호,유창혁과 함께 차세대3인방으로 불렸다.

그렇지만 지금 이창호,유창혁이 갖는 무게와 양재호가 갖는 무게는
하늘과 땅차이다.

양구단이 만개하지 못한데는 최칠단도 충실한 조연이었던 셈이다.

두기사는 63년생 동갑내기로 바둑판을 떠나면 절친한 친구다.

같은 충암출신이기도 하지만 둘다 학업과 바둑사이에서 방황했던
비슷한 내력때문이기도 하다.

양재호구단은 4인방을 제외하면 가장 타이틀에 접근한 기사로 평가받는다.

현재 명인전도전자결정3번기에서 이성재이단에 선승을 거둬 유리한
위치에 있다.

짐을 하나 덜어낸 그의 올해 행마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