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는 금융등 서비스산업이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생산직
근로자를 구하기 어렵다.

이런 곳에서도 과연 제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80년대 중반 인력난이 심화되고 인건비가 급등하자 싱가포르 일각에서는
제조업 장래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가 팽배했다.

도시국가 싱가포르에는 서비스산업이 제격이지 제조업은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90년대 들어 미국의 AT&T, 프랑스의 톰슨, 일본의 미쓰비시 등이 싱가포르
에서 공장을 철수할 때까지만 해도 이같은 전망은 적중하는듯 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싱가포르에서 제조업이 쉽사리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싱가포르 제조업은 93년에 10% 성장한데 이어 94년에는 13%의 높은 성장률
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아도 그렇다.

제조업 비중은 80년대초 29%에서 84년 24%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28%선으로
회복됐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유지하고자 하는 25%를 상회한다.

지난 2년간의 제조업 고성장은 생산성 향상과도 직결된다.

싱가포르의 제조업 생산성증가율은 88년부터 92년까지는 연평균 3%에 불과
했다.

그러나 93년과 94년에는 증가율이 12%대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단위노동 비용이 93년에 4.3% 떨어진데 이어 94년에는 3% 하락
했다.

싱가포르의 제조업 "부활"은 상당부분 경제개발원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주도해온 산업고도화계획이 적중했던데 기인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제조업의 높은 투자승수와 고용창출효과를 중시, 기업들의
생산성향상과 연구개발 산업고도화 등을 적극 유도했다.

주룽섬 유화단지에 60억달러를 투자하고 근로자 교육훈련비로 10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한 것도 이 방침에 따른 것이다.

경제개발원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제조업체는 93년 4,075개.

10년전에 비해 12% 늘었다.

또 전자 화학 정유산업에서는 업체수가 증가한 반면 섬유 신발 가구산업
에서는 감소, 산업구조가 고도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싱가포르 제조업 장래가 어둡지 않다는 것은 다국적기업들의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다국적기업들이 싱가포르의 제조업에 투자한 금액은 58억달러에
달해 처음으로 50억달러선을 넘었다.

최근에는 미국 IBM이 1억달러를 들여 싱가포르에 디스크드라이브 공장을
신설,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