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15개 회원국간 정상회담이 26,27일 양일간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칸에서 열린다.

자크 상테르 EU위원장이 개막 4일을 앞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회담은 고실업사태 해소와 화폐통합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힌것처럼 이전의 어느회담보다도 경제현안에 논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실업문제 해결, 산업경쟁력강화등 지금까지의 단골과제외에도 환율안정
화폐통합과 회원국간 경제력수렴방안등 경제통합을 위해 풀어야할 현안이
그만큼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폐통합논의는 이번회담의 핵심을 이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위해 EU집행위는 지난달말 화폐통합을 마무리짓는 구체적인 실행방안
을 담은 "녹서"를 발표, 각국 정부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또 지난 19일부터 회원국 경제장관들이 룩셈부르크에 모여 녹서를 EU의
공식의견으로 채택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의를 하는등 화폐통합을 가시화
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회원국 경제장관들은 지난회의에서 화폐통합의 출범시기와 관련, 97년
실시는 어려울 것이라는 원칙에 의견이 일치,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통화
연합(EMU)의 출범시기를 99년으로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현지관계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그 시행방법에 있어서는 회원국들이 여전히 견해차를 보여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프랑스동남부 유럽국가들은 녹서에 지지를 보인 반면 EU의 리더격인 독일과
영국은 "녹서의 주장대로 회원국통화간 교환비율을 확정한 즉시 모든 금융
기관이 유럽공동통화를 통용시키는 것은 전산망미비, 중소은행 부담등의
이유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최근 "유럽단일통화의 명칭논의는 이번 정상
회담의 논제에서 제외된다"고 밝혀 회원국간 첨예하게 대립을 보여온 명칭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대부분회원국들은 "ECU"를 공식이름으로 사용하는데
찬성하는 반면 독일은 "프랑켄"(독일초기화폐명)으로, 영국은 입장을 유보
하고 있는 실정이다.

EU정상회담의 단골메뉴이긴하나 11%에 이르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과
산업경쟁력강화대책도 이번 회담의 주요과제중 하나이다.

EU정상들은 지난 93년말 이른바 "고용백서"를 마련, 고용난 해소에 진력할
것을 다짐했으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추진하는데는 실패했었다.

그대표적인 예가 대토목공사로 불리는 범유럽네트워크의 구축이다.

1년전 그리스 정상회담에서 회원국간 고속전철건설등 원칙론에는 합의를
했으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는 시라크대통령의 표현처럼 지금까지도
재원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경쟁력강화를 위해 노동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도
답보상태에 머물 전망이다.

고용주측과 노조단체들간 상반된 주장을 조화시켜 새로운 고용정책을 확정
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깔려있다.

개도국에 대한 보조금할당을 둘러싼 회원국간 입장조정도 난제중 하나다.

회원국들은 과도한 재정적자를 내세워 보조금규모를 줄이는데는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오스트리아등은 동구권, 프랑스등 남부유럽국가들은 지중해
연안국에 보다 큰 파이를 할당하자고 주장, 논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치현안으로는 보스니아의 유엔군유지문제외에도 대외정책에 대한 표결
방식이 논점이 되고 있다.

영국등은 각회원국의 주권을 인정, 외교안보문제에 관한한 현행 만장
일치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독일은 효율성을 내세워 "다중다수결"로 개정하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미국등 역외국 TV프로그램의 쿼터제강화안은 최근 프랑스측이 그
대안으로 영화발전기금을 마련하는데 동의, 이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결국 칸정상회담도 여느회담과 마찬가지로 강대국간 의견조정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게 틀림없다.

그러나 유럽통합이란 대명제를 앞세워 정치력을 동원할 경우 난제들이
의외로 쉽게 풀릴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15개 회원국정상들이 들고올 "보따리"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기대
때문이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