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신화"의 주역인 포철은 지난해 모두 2천2백11만5천t의 조강을
생산했다.

자국내 생산으로는 일본 신일철(2천5백50만t)에 이어 세계2위다.

유지노와 사실로 두 거대회사를 합친 프랑스의 유지노사실로나 US스틸
브리티시스틸등 1백여년의 역사를 갖고있는 기업들이 모두 포철뒤에 서있다.

"철강문외한"인 김만제회장을 취임한지 1년도 안돼 세계철강협회(IISI)
부회장으로 밀어올렸을 정도로 포철의 입지는 확고부동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철강재를 낮은 가격에 공급해 자동차 기계 조선등
국내수요산업의 성장에 기여한 측면도 무시할 수없다.

핫코일 가격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수있다.

6월말 핫코일의 국제가격은 4백30달러(동남아수출가격).

이에비해 포철이 국내에 파는 가격은 3백30달러(순수내수)-3백50달러(수출
원자재로 판매되는 가격)로 80-1백달러 낮은 수준이다.

"자의반 타의반"이긴 하지만 포철은 가격이 좋은 수출물량을 줄이면서까지
내수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포철의 주장대로 "국민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제품구조를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해 포철의 냉연비는 33.1%로 신일철의 48.6%(92년)에 크게 뒤진다.

냉연비는 핫코일 생산량중 냉연강판으로 재가공되는 제품의 비중.

그만큼 고부가가치제품의 비중이 낮다는 얘기다.

포철의 매출이 연간 1천만t안팎을 생산하는 일본의 NKK(1조1천7백19억엔)
에 뒤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물론 국내유일의 일관제철소로서 저급품에서부터 고급품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을 감안할때 포철이 고부가가치제품의 생산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쌀로 치면 포철은 정미소다.

정미소에서 도정한 쌀(열연)로 밥(냉연)도 짓고 흰떡(아연도나 전기강판
등)도 만들면 다른 업체들이 설 땅이 없지않은가.

값을 국제수준으로 올리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가에 악영향을 주고 밥집과 떡집이 경쟁력을 잃을게 뻔한데 정부가
그것을 용인하겠는가.

더군다나 포철은 공기업이다.

이게 세계적 철강기업 포철이 안고 있는 딜렘마다.

한국철강산업이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포철을 포함한 철강업계 전체가 한보철강이 자리를 잡을 수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장중웅철강협회전무)는 얘기나 현대가 제철소를 짓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컨데 "아연도강관등 고급열연이 필요치 않은 제품의 소재공급은 후발
업체에 넘기고 포철은 세계최고수준의 기술을 바탕으로 고급재생산에
치중토록는 것이 결국은 국가경제에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외국에서 대부분 전기로로 생산하는 일반 철선이나 철못의 재료까지
포철이 생산하는 현재의 국내철강산업구조는 분명 재고돼야 한다.

포철은 정부의 가격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포철이 수요산업의 경쟁력을 높혀주기 위해 국제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원자재를 공급해주는 것이 당장은 효율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수요업체들이 가격에만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해 기술개발을 토대로하는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강구영포스코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는 지적이다.

당장 미국의 강관업계가 국내강관메이커에 공급되는 핫코일의 가격을
문제삼고 나오지 않았는가.

냉연이나 아연도강판 가격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또 미.일 철강업체들이 무서운 기세로 리스트럭춰링을 추진하고 있어
포철이 계속해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철강산업정책에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싯점이다.

<이희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