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는 앞으로 국내외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환경경영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

ISO(국제 표준기구)14000 시리즈채택을 위한 국제 환경경영표준화 총회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가 24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한 것만 봐도
이 회의의 중요성은 쉽게 짐작이 간다.

싫든 좋든 기업경영에 일정규격 이상의 환경개념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이 회의
에서 20여개의 국제 환경경영표준화 예정규격중 1차로 10여개 규격의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총회에서 초안이 채택되면 내년초 이 규격의 시행이 가능해져 기업의
환경경영에 대한 국제인증 시대가 시작되는 셈이다.

내년부터는 모든 나라의 기업들이 환경경영에 지금의 품질경영 못지 않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ISO14000 시리즈는 쉽게 말해 원자재확보에서부터 제품판매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업경영의 전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환경적 요소를 국제규격화
하여 이를 제대로 지킨 기업의 제품만 유통될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ISO9000 시리즈가 품질인증을 해주듯이 기업의 환경경영에도 인증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기업경영에 국제 환경인증제도가 도입되면 지금까지 환경문제에 비교적
둔감했던 개도국 기업들로서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될 것이 뻔하다.

이를테면 수출품의 포장재까지도 일일이 수거해와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품질인증제도인 ISO9000 시리즈의 경우 지난 87년 이 제도가 채택된 이후
현재 70여개국의 7만여 기업이 인증을 받아 성공적으로 정착돼 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인증을 받은 한국 기업만도 400여개에 이르러 우리기업들의 국제 품질
경영규격 적응력이 의외로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ISO14000 시리즈는 품질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규격인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와 업계에서는 과거 ISO9000 시리즈 도입때와는 달리 오래
전부터 대책마련에 신경을 써오고 있다.

이미 41개 대기업들이 가장 중요한 6가지 환경규격에 대해 파일러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든지 "한국품질환경인증협회"를
설립키로한 경제 5단체장의 결정에서도 우리는 이같은 발빠른 대응의지를
읽을수 있어 마음든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 기업들에 ISO14000 시리즈는 아직도 생경한 개념인
것만은 틀림없다.

국제환경규격이 채택되면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막연히 느끼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 몰라 불안해 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이번 국제 환경경영표준화 총회와 오는 10월의 한국 품질환경인증협회
창설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도 지금까지의 방어적 입장에서 벗어나 국제
환경표준을 능동적으로 경영에 이용하는 적극적 자세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