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25일에는 아주 "인상깊은 우승자"가 두명 있었다.

한명은 박남신이고 다른 한명은 호주의 그레그 노먼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박남신은 지난 94시즌내내 전혀 경기를 하지못한
선수이다.

박과 같이 무기한 출전정지라는 징계를 당한후 나타나는 상황은 두가지
뿐이다.

"절치부심한후 도약하든가 아니면 실의에 빠진채 영원히 사라지든가"
뿐이다.

다행히 박의 케이스는 "새로운 모습으로 더 성숙한채 복귀한 경우"가 됐다.

그는 올 KPGA선수권우승으로 깨끗이 오명을 씻은후 급기야 금년 출범한
95아시아PGA투어 첫대회 챔피언이 되는 대어를 낚았다.

태국 파타야에서의 아시아PGA인터내셔널대회 최종일경기에서 박은 버디
8개에 보기2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거의 한홀 건너 버디를 잡은 꼴인데 이는 그의 골프가 "과거의 박"에
비해 한층 상승궤도를 타고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 우승은 지난 73년 김승학의 필리핀오픈우승이래 처음으로 한국
남자프로가 해외 아시아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쾌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박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예전의 박이 밋밋했다면 지금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많다는 것.

그런 "기본적 심리변화"에 한달여 동안 매주 계속된 경기 스케쥴도 박의
감각회복을 앞당기는 요인이 됐을 것이다.

프로에게 있어 우승과 2위는 하늘과 땅차이다.

그런점에서 우승으로 말하는 "박남신 케이스"는 한국골프의 "잠깨는 약"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박은 29일부터 열리는 아시아PGA투어 2차전인 필리핀대회에도 계속 출전
한다.

최상호도 가세하는 이대회에서 박은 또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그레그 노먼이 25일 끝난 미그레이터 하트포드오픈에서 13언더파
267타로 우승한 것은 "어쩔수 없는 인간의 심리"로 볼때 다소 놀랍다.

주지하다시시피 노먼은 일주일전의 US오픈에서 또다시 "메이저 2위"의
쓰라림을 겪었다.

최종일에 노먼은 "정말 잘 쳤지만 지독히도 떨어지지 않는 퍼트"로 인해
스스로도 충격받은 모습이었다.

그 정도로 낙담했으면 페이스를 잃는게 보통사람들의 패턴이다.

그러나 노먼은 바로 일주일후 대회에서 우승, "변함없는 골프"를 과시했다.

매스컴에서 "그레그 노먼"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도 바로 그러한 "노먼
골프"에 기인한다.

굳이 세계랭킹1위라는 "증거"를 대지 않더라도 노먼만큼 줄기차게 "우승
경쟁"을 하는 선수도 드물다.

닉 프라이스나 어니 엘스,닉 팔도조차도 커트오프에 떨어지거나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노먼은 각종대회에서 줄곧 우승각축을
벌이곤 한다.

단 두번의 메이저우승에도 불구, 노먼을 세계최고의 선수로 꼽는 것은
바로 그러한 "우승권 실력"에 근거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의 의식이다.

"스타는 항상 우승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일반론으로 인해 "우승 못하면
부진하다"는 인식이 생겨 나는 것.

그러나 노먼도 우리와 똑같이 "골프의 속성에 울고 웃는" 인간임을 이해
해야 한다.

그런면에서 이번 노먼의 우승은 참으로 값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