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화유산은 함번 사라지게 되면 그 원형을 결코 되찾게 할수
없다는게 상식이다.

문화유산이 전쟁이나 정치적 변혁과 같은 인간의 물리적 힘에 의해
파괴되는 것은 불가항력의 역사적 비극이랄수 있으나 산업화에 따른
대기오염에 의해 부식되어 망가져 가는 것이야 말로 서글픈 실상이
아닐수 없다.

문화유적의 부식현상은 특히 산업혁명이 시작된 유럽에서 두드러진다.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에스 암스텔담의 왕궁,중세건물에서
폴란드의 크라코우기념비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도 부식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 없다.

아테테의 아크로폴리스유적은 최근 25~30년동안에 대기오염에 의해
부식된 정도가 그 이전 2400년동안에 부식된 정도보다 더 크다는
추정이 나와 있을 만큼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최악의 상태에 이르른 지나 80년대 중반에는 파르테논신전을 10개년
계획으로 보수작업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고대로마의 유적을 비롯 문예부흥기의 예술품을 지닌 이탈리아로
예외일수는 없었다.

고전 대리석고상들이 코가 없고 귀가 없는 석고상으로 변형되어 가는
지경이 되었다.

유럽처럼 오랜 역사유적을 지니지 못한 미국에서도 대기오염이
문화유산 보존에 큰 장애요인이 된지 오래다.

독립선언문이 조인된 필라델피아의 독립기념관과 게티스버그전쟁터에
세워진 기념물이 이미 훼손되기 시작했고 자유의 여신상과 워싱턴기념비
마져도 위협을 받고 있다.

제3세계 역시 선진국들이 겪은 선례를 뒤쫓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로 이름이 높은 이슬람 묘당인 인도의
타지마할리 정유공장에서 내뿜는 오염물질을 실은 바람에 훼손되어 가고
있는가 하면 멕시코 유전의 굴뚝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유컨탄반도와
남북의 많은 지역에 산성비를 뿌려 마야유적을 파괴시키고 있다.

금년들어 산업화를 가속화시켜온 중국도 전철을 밟고 있는 모양이다.

도황.용문석굴과 함께 구대석굴로 꼽히는 운악석굴이 1,500여년의
풍상에도 끄덕 없었는데 주변 석탄채굴탄광에서 날아오는 먼지와 석굴
옆 국도를 지나가는 석탄 운반차량이 쏟아놓은 석탄가루에 오염되어
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세계가 지구촌화되어 가는 마당이고 보면 문화유산은
결코 한나라의 것일수만은 없다.

산업화에 밀려 역사유적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소생을 접할때마다
서글픈 감회에 젖지 않을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