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열린 서울시 확대간부회의에서 최병렬서울시장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재정경제원에 불쾌한 감정을 쏟아냈다.

"버스요금 결정권은 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이다.

재경원이 올리라 말라할 사안이 아니다.

버스요금은 재인상한다".

한마디로 시정을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산하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다.

이뿐아니다.

최근에도 민선시장체제가 출범할 때 중앙정부와의 역학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발생했다.

시가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되는 경복궁 복원사업과 관련, 정부
종합청사 맞은편 2천6백여평의 옛 경기도청부지에 녹지공간을 조성키로하자
총무처가 최근 여기에 지상15층짜리 정부종합청사 신관을 2000년까지 완공,
국무총리실 등을 입주시키겠다고 밝혀 마찰을 빚고 있다.

시는 "경복궁 복원계획을 세워놓고는 경복궁을 내려다볼 수 있는 대형
건물을 옆에 신축하는 것은 역사성 훼손은 물론 도시계획마저 망쳐놓는다"며
반발하고 총무처는 "시계획에 앞서 추진된 정책"이라며 맞받아 치고 있다.

이에대해 관계전문가들은 "민선시장은 중앙정부가 명분없는 정책을 강행
할 때 공청회등을 통해 시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강력히 대응할 수 있다"며
"서울시의 행정.입법권을 장악한 조순당선자는 이 지역을 도시계획상 공원
으로 지정해 건물신축을 막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민선시장의 의지에 따라 이제까지의 시와 중앙정부와 역학구도가
확연히 뒤바뀔 수 있다는 점과 또한 서울시의 시정이 부산등 타 시도자치
단체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난 점등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같이 임명직 시장체제에서도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정책"과 "자치단체의
불가피한 현실"을 놓고 중앙정부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순시장체제는 민선구청장과 시의회의 압도적인 지지
라는 힘을 싣고 강력한 시정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각 분야에서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는게 일반의 관측이다.

조당선자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수도 서울이 잘되는게 곧 중앙정부
가 잘되는 것"이라고 밝혔듯이 "자치단체의 불가피한 현실"을 놓고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중앙정부와 민선시장간의 마찰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고
정치구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져 복잡한 양상을 띤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가 다루고 있는 1만4백59개의 사무를 "사무현황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방성격의 사무는 반환하라고 요구하며 중앙정부의 사무는 돌려
주겠다고 주장할 경우 중앙정부로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고 이에따라 시와
중앙정부간 역학구도에 많은 변화가 일게 된다.

특히 야당 출신의 조당선자가 최근 공공요금 요율결정권및 도시계획결정권
등에 대해 권한을 최대한 행사할 경우 과거의 중앙정부와의 종속적 역학
구도는 붕괴되고 대등한 협의관계로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재원과 시민의 여론만 뒷받침된다면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않고
도시계획사업등 각종 시정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럴경우 중앙정부가 느끼게되는 딜레마는 대단히 크달 수 있다.

중앙정부로서는 서울시를 간섭해야 타시도 자치단체도 장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중앙정부로서는 지하철등 각종 공공사업의 재원과 제도정비를
통해 시와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방형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