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 <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미북간 경수로협상타결이후 앞으로의 남북관계,특히 남북경협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는 우리의 당연한 관심사이다.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번 협상타결이 남북경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하는 것같다.

로버트 갈루치 미핵대사,최동진경수로기획단장,그리고 나웅배통일원장관등
남북관계의 흐름을 보다 현실성있게 파악할수있는 인사들 모두가 앞으로
남북경협이 보다 활성화될 것임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왜 이러한 판단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북한에 경수로를 지원하기위해서는 사전조사단계부터 건설상의
전공정,그리고 최종운영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기술인력이 남북을 자유로이
왕래할수 있어야하며 각종 장비와 자재들이 아무런 장애없이 북한에
보내질수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이를 위해서는 남북간의 인적 물적교류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지 않을수 없을것이고 이러한 장치들은 결국 남북경협을 더욱 촉진
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북한이 경제회생을 위해 에너지 지원을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섣부른 남북교류의 확대로 인한 체제붕괴 역시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수로 지원을 위한 인적 물적교류가 활발해질수 밖에 없기때문에
남북경협도 덩달아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는 도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소
성급하며,벌써부터 기업들의 대북진출경쟁을 우려하는 것은 더욱이나 앞선
판단이라 아니할수 없다.

지금까지 나타난 남북경협의 기본흐름을 살펴보면 북한은 우리 정부를
배제한채 기업들과의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실리를 최대한 챙기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과정에서 북한은 남북경협을 추진하되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감으로써 남한에대한 경제의존도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왔다.

따라서 북한은 지난해까지 간접교역과 임가공을 중심으로 남북경협을
추진해 왔으며 금년에 들어서야 기업인들의 방북을 본격적으로 허용
함으로써 이제 투자협력을 시도해 보려는 단계에 와 있다고 할수있다.

흔히들 남북경협은 우리 정부가 핵문제와 연계시켰기 때문에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기 쉽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남북경협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북한과의 투자협력을 위해 기술자
상주 등과 관련된 논의를 본격화할 경우 북한측은 남북경협이 가져올
파장을 헤쳐나갈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지 못하면서 발을 빼는 경우가
많다.

소위 시설과 기술은 원하되 현지에서의 기술지도가 뒤따르지 않는
불균형적인 경협을 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참작해 볼때 경수로 지원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경수로가 설치될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남북간의 인적 물적교류를
허용할 것이며 법적 제도적 장치도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효력을 발생할수
있도록 조치를 취함으로써 경수로 지원을 남북경협과 연계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남북경협은 어떻게 될것인가.

남북경협은 북한의 <>내부권력구도 <>체제유지에대한 자신감 <>경제난의
정도 <>미.일과의 수교협상 결과등에 의해 보다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권력승계문제를 쉽게 마무리짓고 개방쪽으로 내부적인
의견을 집약시킬 경우,개방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단속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그리고 당면한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미.일과의 수교협상이 여의치못하여 활로를 모색하지 않을수 없을경우
남북경협에 적극 나설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권력승계문제를 둘러싸고 집권층 내부의 이념갈등이 제기될
경우, 개방의 여파에 따른 주민들의 동요를 막아내기 힘들다고 판단할
경우,그리고 경수로협상 타결에 힘입어 외국기업들의 대북투자가 대폭
늘어나거나 대미.대일국교정상화가 조기에 성사됨으로써 남한과의 협력
없이도 경제를 회생시킬수 있다고 판단할경우 남북경협은 기대하기가
힘들 것이다.

이들 변수중 권력구도와 관련해서는 아직 판단을 내리기 힘들지만
체제유지문제와 경제문제는 모두 심각하며 북한과 미.일간의 수교문제도
예상외의 급진전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화급한 경제난을 당장에 다소나마 해소하고자
제한된 범위내에서 남북경협을 추진하되 그 폭과 속도를 미.일과의
수교협상및 남북대화와 연계시켜가며 시의적절하게 조절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의 남북경협은 확대되는 추세로 나아가겠지만 과거와
같이 파란과 부침을 거듭할것이며 이 과정에서 예측을 불허하는
사건들이 또다시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