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해''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미술인으로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강한 의무감을 느낀다.

베니스에서는 한국관이 처음 지어진 비엔날레에서 우리작가가 특별상을
받았는가 하면 15인의 ''한국현대미술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준비로 그곳에 다녀오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아직도 문화적 사대근성에 젖은채 세계화의 추세에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미술의 자생력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현대미술은 곧 서구
수입미술''이라는 등식을 인정할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미술의해''를 마련하고 문예진흥법을 제정하는 것은 자기문화에 대한
국제적인 개연성을 획득하면서 안으로는 국민 모두가 높은 안목의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화안목''키우기운동에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는
반문화적 악법(?)이 시행되려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예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법이 바로 그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화선진국이 되려면 절대로 이법이 시행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체세수에 보탬이 전혀 안되는 수입때문에 엄청난 문화적 손실을 초래할
수는 없다.

세무집행시 실효를 기대할 수 없으며 프랑스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세법을 만들어 문화후진국을 자초해서는 안된다.

예술품의 수장행위와 땅투기를 분간하지 못한채 부동산과 똑같은 40~60%
의 높은 세율을 적용시킨 것만 보아도 우리의 문화적 안목이 얼마나 형편
없는가를 알만하다.

예술품은 사치품이나 투기의 대상일수 없다.

이는 민족의 정신적 유산이며 문화적 자존이요 줏대이다.

설혹 매매행위는 같을지 모르겠으나 예술품의 감상과 수장은 고도의 문화적
안목이 필요하다.

목전의 이득을 위해 소탐대실의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는 문화행정과
세무행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