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숨막히는 고통을 참고 14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이행주씨(25.아이사크림판매코너근무). 육중한 철골 구조물속에
갇혀있었던 이씨는 "정말 악몽같은 시간이었다"며당시의 순간을 회상했다.

이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29일 오후 6시께 지하1층 아이스크림코너에서
밀크쉐이크를 만들고 있을때.

갑자기 우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동료 직원들의 "이게뭐야"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이씨는 무언가 육중한 돌멩이에 맞고 기억을 잃었다.

2~3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아이스크림코너주인인
추경영씨(45)가 주위에 누워있었다.

그러나 남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씨의 오른쪽다리는 철골 구조물더미에 끼어 참기힘든 통증과 함께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그래도 이씨는 어떻게 해서도 살아야하겠다는 생각을 다졌다.

아이스크림 스폰지를 헹구는 허드렛물이 조금 고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도 극한 상황에선 감지덕지였다.

이씨는 허드렛물을 마시면서 정신을 잃지않으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신음소리와 "살려달라"는 절규가 들여오자 이씨는
더욱더 불안했고 "이대로 죽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계속 울음이
솟구쳤다.

지칠대로 지쳐 마른침마저 삼킬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때 저멀리서 작은
불빛이 들어왔다.

이씨는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손에 잡히는대로 돌과 흙을 주어
마구 던졌다.

옆에 있던 추씨도 조금씩 의식을 차리면서 구조대원의 소리를 듣다 가볍게
이씨의 손을 잡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