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주)국도의 정종규회장(65).

한국광고사업협회 명예회장직을 맡아 지금도 옥외광고업계의 원로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한국광고물제작공업협동조합전국연합회의
초대회장으로 추대됐다.

뿐만아니라 국제광고협회(IAA)한국지부 이사로서 한국광고의 국제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광고계에서의 이러저러한 공로로 지난 92년 11월에는 정부로 부터
국민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옥외광고업계에서는 지자제 선거후 여러가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옥외광고물등 관리법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그 변화추이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옥외광고업계의 원로 정회장을 만나 그의 관심과 경험담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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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자제선거결과가 광고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십니까.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발전과 수익증대를 위해 기업체및 관광객유치
활동등을 활발히 진행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홍보및 광고의 수요도
증대되리라 생각됩니다.

이미 경상남도등 일부 자치단체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광고활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받은바 있지 않습니까.

-일부에선 그동안 철저히 규제해왔던 그린벨트지역의 개발제한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속에 야립간판설립허가도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되면 당장은 광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겠지만 장기적으로
봐선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몇년도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때 고속도로주변에는 약 1천개의
대형 야립광고판이 설치된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순간에 모두 철거해야되는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고속도로를 통해 전국시찰을 나갔다가 곳곳에 대형 광고물이
설치된 것을 보고 너무 심하다는 지적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대통령의 말한마디로 합법적으로 설치된 광고물이 철거되는
일이 없겠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국민 여론이 있습니다.

자연보호다 도시미관이다하는 시각이 강해진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현재 야립광고물설치가 너무 까다로우니 다소 완화될 필요는 있겠지만
숫자를 제한해야 될 것입니다.

그래야 업체간 과당 경쟁도 피하고 자연경관훼손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지방자치제실시와 함께 지방재원확보를 위해 광고세를 신설 부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더군요.

<>그럴 가능성이 있지요. 그러나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광고세는 기업의 원가상승에 작용할 것이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발을 사게 될것입니다.

-광고업계와는 언제 인연을 맺게됐습니까.

<>1960년초에 고향의 진주상고에서 교편을 잡다가 그만두고 가발정모공업을
설립 사람의 자연모를 수집 수출했는데 제법 재미를 보았습니다.

그러다 나이롱사가 나오면서 자연모는 채산을 맞추지 못하게 됐고
불가피하게 나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나름데로 생각한 것이 광고가 미래산업이라고 생각해서 동생(정정철
현 국도사장)과 함께 서울로 와 65년에 국도네온을 설립하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광고업에 뛰어든지도 어언 30년이 됐군요.

-광고업에 종사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일입니까.

<>기억이라기보다 가장 가슴 아픔일은 나의 광고인생 30년동안 5차례나
타의에 의해 광고활동을 할수 없었던 일입니다.

정부는 여름철 전기부족현상의 대응책으로 툭하면 네온이나 광고전광판의
불을 끄는 행정지시를 다반사로 해왔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그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미리부터 걱정이 됩니다.

-일반인들은 절전캠페인을 할때 야간 네온광고물을 소등하는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잘못된 것입니다. 네온이나 전광판의 전력소모비중은 전체의 수만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1차오일쇼크때 정부에서 네온광고의 전력소모가 많다고
소등을 하겠다고 하여 한전을 통해 조사 해보니 우리나라 전체의 네온
전기사용량이 신세계백화점 하나의 전력소비량에도 못미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전기부족의 피크타임은 에어컨가동이 절정을 이루는 오후 2-3시
경입니다. 그런데 네온이나 전광판의 점등시간은 전력이 남아도는 밤시간
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소등조치는 한마디로 전시행정에 불과합니다.

야간 네온조명은 오히려 광고선전으로 기업의 판매를 촉진시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하고 도시미관을 밝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옥외광고물이 도시미관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은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시인합니다. 그래서 후배들이 자율적으로 광고사제도를
개정법안에 반영해 일정기준을 갖춘 사람만 옥외광고활동을 하도록
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옥외광고는 도시미관의 미학적인 측면과 함께 전기 토목등 엔지니어링
분야도있어 보기와는 달리 고난도의 기술과 미적 감각을 함께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옥외광고업체도 현재의 신고제에서 허가 혹은 등록제로 전환해
일정기준이상의 업체만 광고활동을 할수있도록 제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공정거래를 제약해 신규 광고인의 참여를 제한한다는 원성이
높지 않을까요.

<>공익과 대를 위해서는 소를 희생할수 밖지 없지 않을까요. 또 각 시
구청에서 심사하고 있는 옥외광고물심의도 어떤 면에선 더 강화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제 심의과정에서 공정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업계의 불만을
감안해 정부당국이 우수한 심사위원을 확보하고 그 권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옥외광고산업의 발전 전망은 어떻습니까.

<>유감스럽게도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국토면적이 좁다보니
야외광고도 한계가 있고 도시도 워낙 과밀한 상태인지라 이제 왼만한
자리는 광고물이 설치됐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부터 옥외광고물제작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진출이 허용 는데 국내의 대응능력은 어떻습니까.

<>별문제 없다고 봅니다. 다만 막강한 자본력으로 첨단의 새로운
광고매체를 들여와 기존의 우리나라 광고매체를 대체한다거나 신소재를
소개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외국기업이 쉽게 우리광고시장을 침식하지
못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일설에 따르면 국내 옥외광고업에 일본의 야쿠샤조직과 미국마피아
세력이 침투하려고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 글쎄요 .그런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어라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아마 미국이나 일본에서 폭력세력들이 옥외광고업에 기생하는 사례가
간혹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도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기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국내 옥외광고산업시장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면 해외
진출을 모색해봐야 되지 않을 까요.

<>그래서 우리회사의 경우 멕시코에 현지회사를 설립해 상당히 좋은
영업실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직 미약하긴 하지만 국내 옥외광고업체
들도 해외진출이 서서히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후배 광고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광고매체를 개발하는데 주력해야될
것입니다.

좀 새로운 광고물이 나오면 너도나도 모방해 제작하는바람에 지나친
가격경쟁만 발생하고 결국 옥외광고인 스스로가 단순 제작자로 전락하고
말기때문입니다.

한편 일부 광고주의 실무자들이 옥외광고물 설치장소를 소비자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회장이나 사장등 최고경영자위주로 생각해 그가 잘다니는
출근길등에 설치하려할 때는 서글픈 생각마저 듭니다.

<대담 =김대곤 뉴스속보부장>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