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쌀 15만t을 북한에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남북간 합의가 이루어져 이미
일부는 전달됐다.

북한동포들에 대한 우리의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입장을 명백히 밝힌 것은
물론 그동안 막혀있던 남북정부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도 이번
합의는 의의가 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식량문제는 대단히 심각한듯하다.

북한주민들은 하루 두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언론보도를
통해 그 심각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남북간 쌀협상 진행과정을 지켜
보면서 북한의 식량사정은 우리가 들어왔던 것보다 정도가 더 심하지 않나
싶다.

그간의 남북대화 과정에서 갖은 조건과 핑계를 내세우면서 회담의 성사를
어렵게 만들어온 것이 북한의 일반적인 대화자세였으나 이번 회담에서는
그러한 행태가 없었으며 특히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쌀을 지원받으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북한의 식량사정이 이제는 체면과 위신문제를 떠난 차원에까지 이른
것이다.

당국이 체면과 위신을 버릴지경이면 주민들이 실제로 당하는 어려움은
엄청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북한은 주민들의 고통을 감안, 이번에 지원되는 쌀 15만t을 한톨도 남김
없이 골고루 분배하여 그들의 허기진 배를 조금이나마 채울수 있도록
하여야만 할 것이다.

김미경 < 서울 강동구 길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