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시가 수렁속을 헤매고 있는 것은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공업생산지수등 경기관련 각종지표들이 최근들어 하강무드 일색이다.

위축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달러당 80엔대까지 상승한 엔고가 경제전체를 무겁게 억누르고
있다.

최근들어선 본격적인 디플레경제의 도래를 우려하는 소리마저 적지않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또하나의 주역은 기관투자가들이다.

주가가 끝없는 하락을 계속하는데도 은행 보험등이 불난집 부채질하듯 대거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지난3월말까지의 경우 기관투자가들은 결산상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주식을 내다팔았다.

최근의 매각은 주가가 더떨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자는 차원의
매물이 대부분이다.

주가가 하락하니 주식을 내다팔고 주식을 파니 주가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증시불황의 악영향은 대단히 심각하다.

25개증권사들은 지난3월말결산에서 총3천억엔의 적자를 면치못했다.

일반기업이나 금융기관들도 매년 대규모 평가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한햇동안 상장기업들이 입은 평가손만해도 26조엔에 달한다.

주식을 이용해 불량채권처리를 진행해온 금융기관들은 40조엔 이상에
달하는 불량채권을 처리할 방법이 막막해졌다.

보험업계의 경우도 버블붕괴이후 주식부문에서 30조엔이상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증시의 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경기를 자극하고 금융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길뿐이다.

이는 곧 대규모공공투자와 공적자금을 투입한 불량채권문제의 해결로 연결
된다.

일본정부가 최근 일련의 증시부양책을 내놓았음에도 주가회복에 성공치
못한 것은 이런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