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건강기록부 관리-.

코리아제록스 인천공장 사람들은 3년전부터 시행중인 "부품 발주관리
시스템(MPC= Material Purchace System )"을 이렇게 부른다.

협력업체들에 부품을 주문해 납품을 받고 대금을 결제하기까지의 거래과정
을 낱낱이 기록해 관리하고 있음을 빗댄 표현이다.

이 시스템은 각 협력업체에 어떤 부품을 얼마만큼 주문할 것인가를
기획하는 데서부터 납기를 준수하는지, 불량부품을 납품하지는 않는지등을
체크하는 것.

이 공장이 협력업체 건강기록부를 꼬박꼬박 적게된 것은 지난 91년 극심한
영업난을 겪고 나서부터.

당시 코리아제록스의 매출성장률 이익등은 창립이래 가장 저조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생산공정에서도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문을 해서 완제품을 생산하기까지의 "리드 타임"이 무려 1백5일이나
걸린 것.

쉽게 말해 1년 열두달동안 제품을 생산하는 사이클이 단 3차례밖에 안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장측은 즉각 "세자리 수 리드타임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타깃은 "50일이하로 끌어내리기".

이를 위해 온갖 방법이 다 동원됐다.

폐기물비용절감등 생산외적인 영역에까지 이 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뒤늦게 "암세포"가 발견됐다.

발주관리가 엉망이었던 것.

이게 엉망이니까 완제품생산도 늦어질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때 도입한 것이 바로 MPC다.

진료를 위한 기초시스템을 갖춘 만큼 즉각 "치료제"를 투약하기 시작했다.

첫 처방은 협력업체들에 납품받을 부품의 형태 용도 수량등을 구체적으로
미리 지정해주는 "예시발주룰( rule )"제도.

발주관리작업을 전산화하고 서류업무와 결재라인을 대폭 단축하는 보조
처방도 병행했다.

그 결과 생산 리드타임이 92년에는 75일로 줄어들었다.

1년새 30일이 단축된 것.

93년에는 60일로 더욱 짧아졌다.

94년에는 40일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30일수준까지 끌어내려졌다.

이제는 한달안에 발주에서 생산까지 끝내는 "고속화"가 달성된 셈.

질좋은 부품이 제때 제대로 납품되면서 여러가지 부수효과도 뒤따랐다.

공장의 생산라인이 갑자기 멈춰 서버리는 라인스톱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게 단적인 예.

지난해 월평균 25시간에 달했던 라인스톱시간이 부품발주 관리시스템이
정착단계에 접어든 올들어서는 놀랍게도 3월시간대로 뚝 떨어졌다.

강재일 제조관리담당 이사는 "설비가 고장이 나서 라인이 스톱되는
것은 그래도 좀 낫다.

부품이 안들어오거나 불량이어서 작업이 중단되는 경우는 참으로 난감하다.

다양한 노력끝에 MPC로 이를 극복해냈다"고 전했다.

이같은 "임상조치"가 약효를 나타내면서 공장도 더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83%였던 공장가동률이 올해에는 88%까지 너끈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박완석 생산계획부 과장).

"기적의 진료시스템"이라고 할 MPC의 밑바탕에는 협력업체를 동등한
계약자로 존중하는 "상생의 원칙"이 깔려있다.

우수 협력업체에는 현금으로 결제를 해준다.

뿐만 아니다.

1백PPM관리지원과 ISO(국제표준화기구)9000시리즈 기술지원등에 이르기
까지 실로 후한 대우를 아끼지 않는다.

생산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를 존중하고 넉넉하게
보답하는 MPC.

이것이 코리아제록스 인천공장이 실천하고 있는 신생산혁명운동의 기본
스텝이다.

< 인천=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