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때 고을마다 향청(향청)이라는 것이 있었다.

일종의 지방자치기구이다.

근대적인 자치기구는 물론 아니지만 중앙과 지방의 이해의 조정역할을
제법했던 것이다.

향청의 소장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조선왕조 중기이후엔 대체로 수령이 향청의 우두머리인 좌수를 위촉했다.

향청의 임직원들은 수령과 좌수가 의논해서 정했다.

아전도 그와같이 했다.

"파워 폴리틱스"면에서 보면 국가의 구심력과 백성들의 원심력간에 상충
되는 이해를 향청을 통해 완화.타협시켰다고 할수 있다.

예컨대 세금을 걷는 일, 군역을 포함한 부역을 과하는 일, 조성에 올리는
진상품을 생산하는 일, 모두가 향청의 조정을 거쳤다.

향청을 무시하다간 수령노릇을 제대로 못했다.

웬만한 송사는 향청에서 처리하고 거기서 감당을 못하는 것만 관아로
돌렸다.

그래서 향청을 두번째 관청이란 뜻인 이아라고도 했다.

이제 지방의회뿐 아니라 단체당도 백성들이 뽑았다.

지방자치의 발전이란 뜻에서는 조선왕조 시대에서 한단계 뛰어오른 셈이다.

자잘한 행정의 권한은 지방에 넘기라는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중앙은 여러가지 핑게를 대어 권한을 놓지 않으려고 할것이다.

국가정책수립을 위주로 일하는 곳이 중앙정부인데 거기엔 별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 지방에서 수령과 좌수의 유착이 널리 퍼질 것이다.

지방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를 한다.

허지만 지방이타정신을 기대함은 어리석은 일이다.

대통령은 또 유력한 정치인들은 뭘 해야 하나.

그 많은 이기적 집단을 통합하는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진다.

사회질서와 국가기강을 세우자면 경찰력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모두가 수긍하고 승복하는 지도원리와 발전의 비전이 있어야 한다.

국토를 지키고 백성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는 국방력을 다져야 한다.

세상이 복잡해지니까 이런 기초적인 일을 잊어먹거나 소홀히 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잘 될것인가.

그건 지방백성들의 "수준" "자각" "이기주의 추방"따위 추상적인 훈시
보다도 중앙정부의 책임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능력에 달린 일이다.

조선왕조 패망의 내부요인이 바로 이것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