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유리창에 전기를 통하면 창문이 뿌옇게 흐려진다.

스위처블 윈도우로 불리는 이 유리창은 커튼 없이 간단한 스위치만으로
햇빛을 차단하면서 밖에서 볼수 없도록 해주는 첨단창문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것이 고분자분산액정(PDLC)이다.

액정이 전기에 따라 빛을 통과시키기도 하고 차단하기도 하는 기능을
활용한 고분자복합재료.

이것은 유리창에는 물론 노트북컴퓨터나 대형벽걸이TV등의 화면으로도
활용할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등에서도 일부에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연구도 그다지 활발하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화학연구소가 이 재료의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연구소 자체연구의 하나로 시작한 "광투과특성 복합고분자재료
개발"이 그것이다.

그 주역은 고분자소재연구부 이재락박사팀.

김형중박사와 이은미연구원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PDLC재료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다.

우선 고분자와 액정을 섞어 유리위에 얇게 바른뒤 다른 유리로 덮은 다음
자외선을 쬐면 된다.

이때 고분자와 액정이 분리되며 액정이 미세한 방울로 된다.

유리에는 전기가 통하는 얇은 필름이 미리 입혀져 있어 전기를 흘려주면
액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돼 빛의 통과를 조절한다.

이팀은 크기가 20~30cm 정도의 유리판으로 PDLC복합재료를 만들어 제대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1년간의 연구를 통해 고분자와 액정의 종류에 따른 특성을 파악하고
제조방법에 관한 노하우를 쌓고 대형화연구를 시작했다.

김박사는 "이재료의 중요한 특성인 투명도와 반응시간 향상과 함께 충격에
강하게 만드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이 관심을 갖고 있는 방법이 얇은 필름사이에 고분자분산액정을 넣어
PDLC필름을 만드는 것.

이박사팀은 유리대신 폴리에스테르필름을 사용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폴리에스테르필름을 이용해 만든 PDLC필름은 기존유리창에 붙여 쓸수있는
등 활용범위가 넓다.

물론 유리제품을 바로 대체할수 있도록 아크릴판을 사용하는 연구도 함께
한다.

이박사팀은 우즈베크스탄 교포과학자인 아나톨리김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있다.

타쉬겐트주립대 화학과교수인 그는 한국과학재단의 브레인풀 사업으로
국내에 초빙돼 화학연구소에서 일하게 됐다.

김교수는 전문분야인 고분자물질변환기술을 살려 특성이 뛰어난 재료를
만들어내게 된다.

햇볕을 오래 쪼이면 색이 누렇게 변하는 황변현상이 없는 고분자를
개발하고 고분자물질과 액정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가를 밝혀내는 것이
그의 주된 역할이다.

연구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연구비 부족이다.

"당장 시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외선장치를 마련할 일이 막막하다.
더구나 필수재료인 액정 가격도 만만찮다. 연구소 자체연구사업으로
추진하다보니 연간 6천만원인 연구비는 눈깜짝할 사이에 다 써버리고 만다"
고 김박사는 하소연이다.

국내에서 이분야를 연구하는 팀이 적은 것도 애로사항이다.

김박사는 화학연구소외에 삼성종합기술원과 부산대정도만이 이 재료를
연구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연구를 하다 막히는 곳이 있어도 도움을 받을데가 없다는 설명이다.

내년말까지는 가로세로 1m짜리 시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민간기업에 이전해 상품화할 계획이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