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쪽 동해안에 자리잡은 마드라스.

인도 4대도시의 하나인 마드라스는 항구와 국제공항을 갖추고 있어 상업과
해상무역의 요충지이다.

17세기엔 영국 동인도회사가 진출해 남인도 장악의 교두보역할을 하기도
했다.

마드라스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타밀나두주 포리바캄지역에 현대DCM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정공과 인도 DCM그룹이 자본금 1천만달러를 공동 출자해 만든 인도
최초의 컨테이너 합작공장이다.

부지 5만평 건평 5천4백평규모로 총 2천3백만달러가 투자됐다.

이 공장안 곳곳엔 슬로건이 붙어있다.

"Catch up with HYUNDAI".

품질과 생산성등 모든 면을 한국의 현대정공 수준으로 따라잡자는 뜻이다.

현대DCM이 위치한 포리바캄지역은 공장환경으로선 열악한 곳이다.

마드라스 시내부근은 대규모 부지가 없고 값도 비싸 시골인 이곳을 평당
4천4백원에 매입했다.

전력과 용수공급이 안돼 발전기를 설치하고 지하수를 파 해결했다.

공장을 지을땐 크레인등 중장비를 구할수 없어 인도인 근로자들이 맨손으로
철근과 시멘트를 날라 기초를 닦고 기둥을 세운뒤 지붕을 이어 9개월만에
완공했다.

인도에선 중장비가 있어도 정부의 고용촉진책 때문에 맨손으로 건물을
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같은 악조건속에서 건설된 공장이지만 현대DCM은 인도 최고의 컨테이너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의욕에 차있다.

"가동한지 6개월만에 품질은 벌써 한국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생산성은
못미치지만 내년부터는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서동진 생산이사는 회사에 트레이닝센터를 지어 용접등 핵심기술을 교육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산능력 1만8천TEU인 이 공장의 올해 생산목표는 2천5백TEU.

내년엔 1만5천TEU 97년엔 1만8천TEU로 계획하고 있다.

그다음엔 증설에 나서 생산능력을 2만5천TEU로 늘리는등 지속적인 확장
복안을 갖고 있다.

이는 인도의 공업화로 컨테이너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나 생산능력은
턱없이 부족해서이다.

기존 인도업체 4개사의 생산능력을 다 합쳐도 4만TEU에 불과하다.

타밀나두주 산업개발공사 아르빈드 이사장은 "인도는 외국기업이 몰려
들면서 물동량이 크게 늘고 있다. 현대DCM이 이지역 컨테이너공급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중공업분야의 기업은 현대DCM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대우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다.

뉴우델리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에 자리잡은 대우DCM.

24만평부지의 이 공장은 총자본금 3천만달러를 대우가 51% DCM그룹이 34%를
각각 출자해 지난해 설립됐다.

원래 도요타와 DCM이 합작 설립한 상용차공장을 대우가 도요타 지분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자본참여를 해 승용차및 상용차공장으로 확장한 것이다.

연산 능력은 6만2천대.

대우자동차는 인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달중순부터 생산에 들어갈 첫 모델인 시에로에 대해 이미 지난 2월
예약기간중 11만6대의 주문을 받았다.

2년치 생산분에 대해 예약을 마무리한 것이다.

대당 계약금을 1천달러씩 받아 출고하기도 전에 1억달러이상의 현찰을
확보했다.

대우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시장에 뿌리내리는데 성공했다.

대우DCM 이철수부회장은 "소비자가 직접 차를 보고 선택할수 있는 기회를
준게 성공의 요인이 된 것같다"고 분석한다.

인도시장에서의 자동차 영업관행은 카탈로그로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는 시에로를 비행기로 공수, 올1월하순에 주요도시에서 대대적
인 전시회를 열며 소비자가 직접 만져보고 선택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미끈한 모양과 합리적인 가격 튼튼한 모습에 반한 소비자들의 주문이 몰려
예약창구인 시티은행은 북새통을 이뤘다.

대우차는 1만4천5백80달러로 요즘 가장 잘팔리는 마루티스즈키의 1만4천1백
70달러(1천3백cc)보다 조금 비싸지만 배기량이 1천5백cc로 더크고 에어컨과
카스테레오가 기본으로 붙어있다.

성공에 고무된 대우측은 시장을 지배해온 마루티스즈키사를 누르고 최대
자동차업체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에 차있다.

인도의 승용차시장은 자국기업인 힌두스탄모터스가 독점 지배해오다 86년
인도 마루티그룹과 일본 스즈키가 합작한 마루티스즈키에 시장을 내주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힌두스탄모터스는 53년에 개발한 1천2백cc급 앰배서더로 시장을 지배해
왔으나 단일모델에 식상한 소비자가 마루티스즈키로 선호차종을 바꾸면서
시장을 잃기 시작했다.

8백cc와 1천cc 1천3백cc급의 경승용차인 마루티스즈키는 현대식 외관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며 승용차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대우DCM의 방명수부사장은 "자동차공장에 98년까지 승용차 17만대 생산
시설을 갖출 계획이며 30만대분의 엔진과 트랜스미션공장도 건설해 여유분은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플랜트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해상석유시추설비와 이를 육상으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주된 프로젝트
이다.

뭄바이에 있는 현대중공업 인도지사 사무실엔 뭄바이 앞바다의 해상석유
시추설비와 운송라인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대형 지도가 걸려있다.

지난 82년 이후 사업에 뛰어들어 일본업체를 몰아내며 인도 원유가스공사
(ONGC)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대부분을 수주해 왔다.

뭄바이 앞바다에 설치된 대형 해상구조물 24개중 13개가 현대에 의해 설치
됐고 해저석유생산량중 44%가 이회사 설비로 퍼올려지고 있다.

해상설비는 1기의 규모가 가로 70m 세로30m 높이 1백40m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빌딩의 크기에 버금간다.

그동안 따낸 공사액은 23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이 인도인들 사이에 해상석유시추설비의 파이오니어로 불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현대중공업 인도프로젝트팀장을 맡고 있는 최충영이사는 "해상석유시추설비
뿐 아니라 가스수송관등 다양한 프로젝트 수주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다.

이미 현대는 지난 6월말 해저가스전과 육상을 연결하는 총길이 2백50km
수주액 2억2천만달러규모의 첫번째 가스수송관 공사를 끝냈다.

이밖에도 한국중공업이 발전설비 수주에 적극 나서고 진도가 합작으로
컨테이너공장설립을 추진하는등 한국 기업의 중공업분야 진출이 활발하다.

또 현대자동차도 인도에 자동차공장을 건설키로 하고 파트너와 부지선정을
위한 막바지 교섭을 하고 있다.

김대석뉴델리무역관장은 "경제개발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전력 도로 항만
용수공급등 사회간접자본시설 분야에서 병목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정부는 사회간접자본 개발에 충분한 재원이 없어 이들 사업을 주로
BOT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BOT(build, operate,transfer)방식은 사업시행자가 자비로 건설하고 일정
기간 이들 설비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한뒤 정부에 넘겨주는 것이다.

따라서 비용부담이 크지만 인도의 성장잠재력을 감안하면 적극 검토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주인도 한국대사관의 오행겸공사는 "인도는 이제 이륙(take-off)하는
나라여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기업인뿐 아니라 정부관계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라오 신정부출범이후 재무 상공 국방장관등 각료급만
5번 방문해 대형프로젝트를 따내는데 큰 도움을 주었으나 한국은 겨우 장관
1명이 국제회의차 다녀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