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내놓은 은행신탁제도의 주요내용은 개발신탁 규모증가억제와
신탁운용규제완화다.

그동안 거론됐던 개발신탁 단계폐지 신탁운용규제론과 비교하면 변죽만
울리고만 결과다.

개발신탁의 덩치와 역할이 너무 커져 손을 못댄 셈이다.

홍재형부총리는 지난 5월 금융기관임직원들에게 은행신탁에도 은행고유계정
과 마찬가지로 동일인여신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번에 백지화됐다.

신탁의 본질이 실적배당부상품인데 대출로 인해 대손이 생겨도 결국은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굳이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신탁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동일인대출한도를 설정하면 신탁자산을 수익성 보장이 어려운 주식이나
채권에만 운용하도록 강요하는 꼴이 된다는 반론에서였다.

실무자선에선 금리상승의 주범인 개발신탁을 차제에 폐지하고 은행에
금융채발행을 허용하자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쳐 개발신탁 폐지 또는 축소론은 없었던 얘기
가 돼버렸다.

우선은 기업대출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신탁대출의 재원중 38%(약15조원), 보증어음매입의 65%(약7조원)를 개발
신탁이 떠맡고 있어서이다.

게다가 개발신탁의 주식보유규모가 수탁고의 10.8%인 3조9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개발신탁을 없앨 경우 심하게 말하면 증권시장에 증안기금해체에 맞먹는
충격을 줄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회사채만도 3조4천억원어치를 사들여 채권수익률 안정에도 기여
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발신탁은 기업대출 증시안정 금리안정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효자를 쫓아낼 경우 예상되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에 결단을 내리지 못한 셈이다.

특히 3단계금리자유화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급격한 자금이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조치는 취하기 어렵다는 애로도 작용했다.

하지만 개발신탁을 비롯한 은행신탁이 고금리를 부추기는 ''불효자''역할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어떤 수단과 접근책을 쓰든 개발신탁을 줄여 나가는 추가대책이 불가피하다
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는 은행으로서는 장사가 되는 개발신탁에 계속 의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은행은 올해도 한도를 벌써 거의다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은행이 과도하게 신탁에 의존하는 일을 막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리자유화나 신상품 도입자유화 여타 규제완화 등으로 마음껏 상업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주지 않고서는 신탁의 파행운용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