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

한국 기업의 리엔지니어링결과를 과거 미국 기업과 비교해 말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결과를 놓고 볼 때에는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아시아지역의 리엔지니어링작업을 살펴보면 서구기업의 리엔지니어링
결과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다.

아시아지역에선 최고경영자들과 상위관리자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아시아 지역의 모든 기업을 하나의 그룹으로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동남아기업과 동북아기업은 매우 다른 경영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기업의 구조는 일본의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할수 있다.

기술과 연구개발활동등은 서구기업에 가깝지만 기업의 주요 관리기능은
일본과 비슷하다.

채용 승진 순환보직시스템등은 일본모델을 그대로 적용한 경우가
많다.

이같은 모델은 서구의 리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보면 <>상위관리계층의
결속력 부족 <>종신고용계약 <>일반적 기업문화 <>외부자원조달의
어려움등으로 요약된다.

<> 상위관리계층의 결속력 부족

일본기업의 일반적 조직특성은 새로운 프로세스 도입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한국기업들은 일단 수행의지를 지니고 있고 수행조직정비가
이뤄지면 변화에 대한 수행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빠른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키 위해 상위관리계층의 협조와
참여가 요구된다.

오늘날 기업의 상위관리자계층은 과거와는 달리 주주들의 요구사항에
적절한 대응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는 리엔지니어링 용어인 "정책상의 딜레마"를 발생시킨다.

때문에 기업회장의 경영정책을 모든 상위관리자계층에 연결시키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유지시켜야
한다.

전형적인 한국기업의 최고경영층은 창립 1.5 세대 또는 2세대로서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으며 많은 경우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시간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층이 아닌 그아래 상위관리자계층의
의식상태이다.

이 그룹은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으면서 보통 비즈니스맨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이 그룹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리엔지니어링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그룹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하며
시작단계에서부터 이들의 참여와 주인의식을 고취할 수 있어야 한다.

<> 종신고용계약

리엔지니어링 프로젝트의 부산물중 하나는 잉여 인력이 발생한다는 것.

그러나 한국과 아시아 기업에서 잉여인력을 감축하는 문제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서구 기업의 경우에는 기업과 고용인과의 계약이 기업의 경영효율을
위한 인원감축에 아주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전형적인 미국인은 평균 3.5개 회사에 근무한 경력을
갖고있다.

사무직은 3.5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할때 대폭적인 인원감축이 한국에선
불가능하다.

기업과 종업원의 계약을 살펴보면 어디에도 종신고용에 관한 언급이
없으나 현실적으로 한국기업은 종신고용의 개념을 갖고 있다.

IBM을 포함한 몇몇 주요기업들이 종신고용개념을 도입해 성공적인
경영성과를 거두었다.

이들 기업 역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아 경영철학을 변경해 조직재구축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던 예이다.

종신고용제와 서구시스템은 나름대로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어렵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종신고용계약 그 자체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의식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기업문화의 변화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간주돼야 한다.

한국의 샐러리맨들은 종종 농담삼아 미팅에 늦거나 정당한 승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될 경우 "해고"를 언급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진짜 해고를 생각했을까.

이 해고문제는 한국에서 회자되는만큼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기업전체차원에서의 고용인수를 따져 본다면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대폭적인 인원감축경험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기업에 변화관리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감축된 인원의 재고용이다.

현재 한국기업의 상황은 계획되었든 우연이었든 간에 이러한 방법의
체계적인 적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과거 몇년간 10~20%의 고성장을 이루었으며 이는
앞으로 몇년간 지속되리라 본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의 기업은 80년대 초반 IBM이 직면했고 일본이
경험했던 것처럼 경영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감축된 인원을 재고용할 수 있는 기회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프로세스도입에 따른 제반 준비기간과 교육과정을
통한 적응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미국제조협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은 평균적으로 3.5년이
걸리는 것으로 돼있다.

이같은 준비기간을 고려하면 21세기를 대비하는 기업의 노력이 바로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