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군복바지에 통기타가 유행하던 70년초, 꿈과 현실이 어우러지는
경희 캠퍼스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고 그 만남은 이제
내 삶의 동반자로서 만 25년을 이어오고 있다.

험난한 산길을 헤쳐온 등산객에게 주어지는 산등성이의 바람처럼 서로에게
더없는 시원함과 뿌듯함을 주는 만남이 되려는 각자의 염원이 지금까지
한번도 거르는 일없이 만 25년을 이어온 우리의 정열이자 "바람회"의 정신적
지주였다.

목적을 추구하는 조직도 이익을 쫓아가는 단체도 그저 목례로만 스쳐가는
모임도 아닌 우리의 "바람회"는 누가 먼저랄것도 나중이랄 것도 없는 하나의
소중한 염원이 교차하는 만남 그 자체일 뿐이었다.

어찌보면 긴 세월일수도 있고 초로인생속의 찰나일수도 있지만 단순히
자연적인 시간의 흐름으로만 잴수 없는 여러가지 아름다운 추억이 많기에
우리의 역사는 전설이 아닐수 없다.

나누는 공통화제도 시대의 변화와 자녀들의 성자오가 더불어 달라지고
한번쯤은 큰소리도 날법한데 만나면 서로를 격려해 주고 아껴주기 바쁘다.

우리가 제일 많이 만나는 곳은 왕용성 회원이 경영하는 을지로의 "안동장"
이다.

이곳에서는 요리가 나오면 직접 부인들에게 요리강습도 해주니 일석이조가
아닐수 없다.

지금은 각 분야에서 한창 자기일에 충실해야 할때라 앞만 보면서 뛰어
가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마에 잔주름이 하나 둘 늘면서 미래와 노후를 대비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곤 한다.

연륜이 오랜만큼 그동안 적립해둔 회비로 매학년 초마다 입학한 자녀들
에게 장학금도 마련해주고 산자수명한 자연의 품안에 공동주택을 짓자는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세상을 무대삼아 인생이란 시나리오 속에서 제각기 맡은바 배역을 열심히
수행하는 우리 회원들은 김종진(송광도예 대표),손봉락(동양석판 사장),
김배선(삼성화재 소장),두진석(동양석판 이사),이두희(금융연수원 교수),
김흥식(동양석판 부장),왕용성(안동장 대표) 그리고 필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