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남아공에서는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그는 평생을 흑백차별 철폐를 위해 투쟁한 인권투사로서 도덕적 권위와
불굴의 의지를 두루 갖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5월 만델라정권 출범이후 남아공에서는 소수의 백인이 다수
흑인을 지배해온 정치적 불평등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총인구의 13%에 불과한 백인들이 전체 국부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게 남아공의 현실이다.

흑백 정치투쟁에서 승리한 만델라에게 이제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할 책무가 주어진 것이다.

만델라가 자서전 "자유에의 장정"에서 "비록 자유는 얻었지만 넘어야
할 과제가 많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쓴 것도 남아공의 경제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만델라를 통해 정치적 자유를 얻은 흑인들이 지금은 일자리와 보금자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정부는 외국 기업들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온갖 지혜를 모으고 있다.

대통령까지도 직접 세일즈외교 비즈니스외교에 앞장서고 있다.

만델라 대통령이 어제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우리나라에 온 것도
한국기업의 남아공 진출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경제외교의 일환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남아공이 당면한 최대 경제현안은 주택난과 실업해소이다.

이 나라에선 두세명중 한명은 실업자일 정도로 실업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델라는 실업구제를 위해 전력 도로 상하수도등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남아공 흑인들의 대부분은 미숙련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따라서
신발 완구 봉제등 중소기업형 사업투자에도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한다.

1인당소득은 백인의 10분의1 수준이다.

대부분의 흑인들은 우리의 옛 판잣집 같은 곳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나마 현재 300만채 이상이 부족한 상태라니 만델라 대통령
으로서는 주택건설사업이 초미의 관심사일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중동지역 등에 대한 건설진출로 기술축적과
건설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만델라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 업체들이 남아공의 사회기반시설(SOC)및
주택건설사업에 대거 참여하게 되는 실질적 협력관계가 가시화되길
희망한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 부국이지만 백인정권 시기에는 인종차별
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인 제재를 받아왔다.

그러나 만델라정권 등장이후 이같은 제재들이 모두 해제되면서 자원
부국인 남아공 경제는 이제 급성장의 계기를 맞고 있다.

우리로서는 남아공이 지닌 경제적 잠재력과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서
이나라에 대한 진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록 양국간 수교역사는 짧지만 만델라 대통령의 방한이 한.남아공간
경협기반을 확고히 하고 나아가 아프리카 대륙의 진출에도 긍정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