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의 시장개입은 두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양국이 기본적으로는 정책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첫번째 의미
이다.

자동차 항공등 통상부문에서는 마찰을 빚고 있지만 사안에 따라 서로
협력할 태세가 돼있다는 것을 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특히 금리.통화정책에서는 양국의 공조체제가 형성돼 있음을 시장개입을
통해 보여줬다.

양국은 앞서 미국이 금리를 내리자 일본도 금리를 인하, 공동보조를
취했다.

이번에는 달러회복을 위해 두나라가 동시에 달러를 사고 엔을 파는 시장
개입을 실시, 금융정책에서는 손발을 맞추고 있다.

두번째는 미국의 달러정책이 지금까지의 "하락방치"에서 "회복유도"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달러저(엔고)를 대일통상무기로 사용치 않고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분명히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5월31일 선진12개국이 시장개입에 나섰을때도 미국은 엔고를 통상
무기화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었다.

국제금융시장은 그러나 미국의 이 주장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

이번 시장개입은 미국의 이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같은 의미를 갖는 시장개입의 배경이 궁금하다.

외환전문가들조차 사전에 조금도 낌새를 채지 못했던 미일협조개입은 왜
이루어졌을까.

겉으로 볼때 양국이 시장개입에 나서야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전날 미국이 금리를 인하, 달러하락요인이 생겼다고는 하나 일본측의
즉각적인 금리인하화답으로 하락요인은 상쇄됐다.

더구나 미금리인하에도 불구, 달러는 상승중이었다.

이 상황에서 시장개입이 실시되자 외환전문가들은 "시장의 허를 찌른 가장
전격적인 시장개입"이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장개입이지만 속내용을 보면 공동시장개입이
이루어지게된 된 몇가지 요인이 발견된다.

미국입장부터 보자.미국은 오랜 산고끝에 미일자동차협상이 타결된후 일본
경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신대지진과 슈퍼엔고등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일본경제에
숨통을 터줄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일본경제가 살아나야 미국이 득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엔고시정이 일본경제회복의 돌파구라고 인식, 시장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는 미국은 지금 금리인하에 따른 인플레우려를 사전에 차단해야할
처지에 있다.

전날의 금리인하로 물가안정고삐가 느슨해지자 무언가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대응조치가 필요했다.

이에따라 달러가치를 끌어올려 수입물가라도 잡아야 했기에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함께 연준리(FRB)와 재무부는 금리인하가 다소 성급했다는 세간의
비난을 의식, 달러라도 올려 놓으면 비난을 덜 받을 것으로 판단한것 같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한 다음날, 6월실업률이 5.6%로 낮아지고
비농업부문의 신규일자리가 21만5천명이나 증가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러자 금리인하가 필요할 정도로 경기가 악화되지도 않았는데도 금리를
섣불리 인하, 물가만 불안하게 됐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일본의 시장개입필요성은 미국보다 더 분명하다.

달러당 80~85엔의 환율에서는 경기회복이 불가능하다는게 일본정부나 업계
의 생각이다.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단기금리를 내리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엔고가 시정돼야 경기가 제대로 회복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각적인 엔고시정효과를 낼수 있는 것중 하나가 시장개입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앞으로 달러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이다.

이번 시장개입으로 미국의 달러회복의지가 재확인됐고 또 양국은 필요
하다면 언제라도 시장개입을 실시할 것임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달러는 당분간 85~90엔 사이에서 강보합세를 띨것으로 예상된다.

이달말이나 내달초쯤엔 90엔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