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인자는 유창혁(29)육단이었다.

유육단은 6일 제29기 왕위전 마지막대국에서 조구단을 상대로 자신의
유일한 타이틀인 왕위를 방어했다.

유창혁이나 조훈현이나 지면 완전히 변방으로 물러나는 상황이라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대국에 임했고 결과는 유육단의 4대3승리.

유창혁은 승리후 "이창호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질로만 따지면 최상"이라는 유창혁의 바둑은 그러나 어딘지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얼마전 이창호와의 라이벌 도전13번기에서 힘없이 물러났다.

바둑계에서는 "역시 유창혁도 안되나"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올해 성적은 19승 20패로 승률 50%를 밑돈다.

올 동양증권배 우승자인 중국의 마 샤오춘은 유창혁을 "국제무대에서
큰 승부를 겨루기엔 어렵지 않나"하고 평했다.

"화려한 감각""최고의 공격수"라는 칭찬은 "감각은 좋지" "공격은
잘해"라는 평가로 바뀔즈음 바둑황제 조훈현을 꺾어 이창호에 대항할
선두주자는 자신임을 확인시켰다.

유창혁육단은 인기가 많다.

화끈하고 큰승부에 강한 바둑이기 때문이다.

다케미야가 우주류로 미지를 개척했다면 유창혁도 그만의 능동적인
구상을 반상에 펼친다.

대부분의 신예들이 실리를 좋아하는 것과 비교된다.

그래서 해를 향하는 이카루스처럼,이뤄지지 않은 꿈처럼 사람을
흥분시킨다.

공격력이 유창혁의 장점이라면 단점은 기복이 많은 것.

세계정상기사를 예의 화려함으로 녹다운시키는가 하면 한수아래
기사에게 맥없이 패점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런 유육단을 바둑계에서는 "낙관주의자"라 평한다.

유리하다 싶으면 승부호흡이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유창혁육단의 왕위사수는 바둑계의 새판짜기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원관계자는 "이창호,유창혁이 쌍두마차가 됐다"고 말했다.

서봉수가 먼저 뒤떨어졌고 조훈현도 안간힘으로 버텼지만 제1막은
끝났다.

신예강호들은 조훈현과 서봉수의 난조를 보고 "나도 한번."이라며
투지를 불태울 것이다.

제2막의 주인공은 누구될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