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6시 서울 구의동 (주)진웅 본사.

1백평 남짓한 이 사무실 한켠에 서 있는 중형컴퓨터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국에 있는 현지공장으로부터 보고서가 들어와서다.

A4용지 8장에 걸친 이 보고서에는 현지공장에서 그날 생산한 제품의
생산량.불량률등이 각종 도표와 함께 빽빽히 들어차 있다.

바로 일일품질관리보고서다.

"해외 공장으로부터의 일일품질관리보고서".

이것이 세계 텐트시장의 35%, 미국 텐트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진웅의
"신생산혁명 리포트"다.

"생산과 판매를 일괄 관리하기 위해 해외생산기지와 전산망을 구축해
본사에서 모든 것을 통제한다"(정해인수출지원담당상무).

진웅의 생산공장이 있는 곳은 중국 스리랑카 도미니카공화국등 3군데.

국내에는 생산공장이 없다.

하지만 생산관리는 서울에서 한다.

그래서 진웅본사는 "무굴뚝 세계공장"이라 불린다.

"해외공장에선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고 국내에서는 이 제품
의 품질을 관리하는 지역별 분업체제를 구축했다"(이윤재회장)는 설명이다.

진웅이 펼치고 있는 품질관리운동은 무리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다.

대표적인 품질관리운동이 "2.8.48"운동.

생산과정에서 공장장이 하루 2회, 중간관리자가 1시간에 1회씩 하루 8회,
생산라인 조장이 10분에 1회씩 하루 48회 봉제상태를 점검해 불량품 발생을
원천 봉쇄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각 공정별로 "CIP-90", "마무리꼼꼼-Q"등 독특한 품질관리 운동을
도입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만도 지난 4년간 60억원.

연인원으로는 1만8천명이 동원됐다.

"해외 생산기지이전으로 1차 혁신을 이뤘지만 결국에는 품질만이 살 길"
(진웅랑카 송인희사장)이라는 절박감에서 도입하게 됐다.

품질관리운동이 정착되기까지 진웅이 넘어야할 장애물은 많았다.

모든 원부자재를 검사하는 것에 대해 납품업체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아야
했다.

불량제품이 생산되는 원인을 찾기 위해 해외 공장의 라인을 15일간
세우기도 했다.

이에 따른 협력업체의 손실이나 납기지연등에 대해 보상해준 것은 물론
이다.

그 결과 진웅은 지난 93년초 8억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진웅의 품질관리운동은 더욱 철저해졌다.

적자를 탈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양질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정공법을 택한
것.

지난 93년부터 실시한 "SUI(Set-up Inspection =설치검사)-100"이 그 예다.

텐트를 하나하나 직접 설치해보고 결함을 찾아내는 이 운동에 진웅은
전체직원의 12.3%인 7백70명을 투입했다.

설치검사를 위해 라인 1개당 20평 정도의 공간을 검사장으로 따로
만들었다.

이같은 노력으로 진웅은 지난 91년 6.4%에 달했던 미국시장에서의 반품률을
지난해 1.7%로 낮췄다.

매출액증대로 이어진건 당연하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9.7%나 늘었다.

생산성이 향상되다보니 품질검사에 투입되는 검사요원의 인건비 직접비용도
줄었다.

92년 매출액 대비 1.1%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0.7%로 낮아졌다.

"생산성 향상이 비용증가를 앞질렀다"(성하봉기술개발담당 상무)는 얘기다.

진웅은 반품률을 올해에는 1%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품질제일주의를 내세워 세계 텐트시장의 50%를 석권하겠다는 진웅의 야심이
컴퓨터에 입력되는 해외공장의 일일품질보고서에서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