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창당작업에 나선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은 12일 이기택총재가 오는
15일까지 총재직에서 사퇴하고 백의종군할 경우 신당창당을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이사장은 이날 저녁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권노갑 한광옥부총재,
박지원대변인 등 측근 16명과 만나 이같은 입장을 정리하고 13일부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이총재 사퇴를 위한 서명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박대변인은 "이총재가 오는 15일까지 이를 수용치 않을 경우 김이사장은
예정대로 18일 신당창당을 선언할 것"이라며 "따라서 15일까지는 창당작업
과 서명작업을 병행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변인은 또 당개혁방안으로 젊은층과 중산층에 대한 비전제시, 남북
통일대비 등 5개안을 제시하고 "이총재가 물러난다면 당개혁안은 동교동측이
주도적으로 담당하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이사장의 이같은 방침은 이총재가 사퇴요구를 거부할 경우 신당창당을
강행할 수 있는 명분을 얻는 반면 창당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이총재를
효과적으로 퇴진시키면서 당을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총재는 "동교동측의 사퇴요구는 신당창당에 대한 명분축적용에 불과
하다"며 사퇴요구를 일축하면서도 "김이사장이 만나자고 하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말해 동교동측과의 협상여지를 남겼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