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간 "옥탄가 공방"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옥탄가 96이상의 휘발유가 자동차 효율을 향상시키느냐"의 여부로
맞붙었던 논쟁의 초점이 이젠 "옥탄가 차이에 따른 고급과 보통휘발유의
가격차등폭을 어느정도 두느냐"로 옮아 간 것.

공방의 주인공은 지난해 4월부터 휘발유 옥탄가를 종전 95에서 97로 올려
싸움의 불씨를 제공한 쌍용정유와 유공 호남정유등 나머지 정유4사.

사실 고옥탄가가 자동차의 효율이나 연비개선에 기여하느냐 하는 논란은
이미 일단락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통상산업부가 오는 10월부터 옥탄가 96이상의 휘발유를 고급으로 분류,
가격을 이원화하기로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옥탄가 공방 1라운드의 결론은 쌍용정유의 "판정패".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자동차 회사들이 "옥탄가 인상은 국산 자동차
의 효율향상과 무관하다"는 의견을 피력해서다.

쌍용자동차만 옥탄가 96이상의 휘발유를 사용하면 자동차의 성능을 높일수
있다며 같은 계열인 쌍용정유의 손을 들어줬을 뿐이다.

이같이 휘발유 옥탄가에 관한한 기술적인 유권해석권자인 자동차 회사들
대부분이 "고옥탄가=자동차 효율향상"을 부정했기 때문에 옥탄가 인상에
관한 논쟁은 더이상 무의미하게 됐다.

이제 정유업계의 관심은 "과연 오는 10월부터 인상될 고급과 보통휘발유의
가격차이가 얼마나 날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통산부가 휘발유 규격 이원화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보통과 고급의 가격차
를 "분명히" 두도록 유도하겠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서도 쌍용정유와 나머지 4사의 입장은 맞서고 있다.

쌍용은 가격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나머지 회사들은 20%
이상의 가격차가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쌍용의 경우 옥탄가를 97로 올려 이미 고급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는 만큼
보통과 가격차가 나면 날수록 불리하다는 판단이다.

이에비해 옥탄가 95를 유지, 보통휘발유를 생산하고 있는 나머지 회사들은
가격차를 최대한 벌려 고급휘발유의 수요를 억제한다는 속셈이다.

이와관련, 칼자루를 쥐고 있는 통산부는 보통과 고급의 가격차를 둔다는
방침만 정했을뿐 아직 가격폭을 최종 결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김동원 통산부자원정책2심의관은 "휘발유 옥탄가 인상경쟁이 국민경제에
낭비를 초래한다는 판단에 따라 고급과 보통의 가격차이를 확실히 두도록
할 계획"이라며 "고급휘발유에 대해선 현행 1백70%인 특별소비세를 올리거나
부과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통산부는 보통과 고급의 가격 차등폭을 늦어도 휘발유 규격이원화
시행시기인 10월이전에 결론낸다는 방침이다.

이때까지 쌍용정유와 나머지 4사간의 "옥탄가 공방 2라운드"도 불꽃을
튈 전망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