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느냐 죽이느냐" "현실이냐 원칙이냐"

금융사고가 난 상호신용금고의 사후처리가 원칙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신용금고가 불법대출등으로 부실화돼 빈껍데기만 남아도 자체정상화를
유도하는가하면 회생가능성이 있어도 파산시킨 경우도 있다.

칼자루를 쥔 정부당국이 결정을 내리지만 원칙없이 정책적 또는
정치적으로 처리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국의 사고처리가 무원칙함을 보여주는 사례는 충남대천의 동보금고와
부산의 조흥금고. 동보금고는 지난해11월부터 신용관리기금의 공동관리를
받고있다.

공동관리직전 은행감독원의 검사결과 이금고가 출자자계열기업인
충남도시가스에 대출해준 금액은 무려 3백88억원.

총여신(6백14억원)의 절반이 넘는데다 자기자본(49억원)의 8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처럼 불법대출액수가 큼에도 재무부는 자체정상화로 방향을 잡았다.

사주가 충남도시가스의 주식을 일부 매각해 상환할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거액의 불법대출을 발견하고도 자체정상화로 방향을 잡는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게 금융계의시각이다.

정부의 사고처리가 이처럼 미적지근하니 금고들이 위규.불법대출을
밥먹듯한다는 얘기다.

지난83년부터 12년간 경영지도를 받으며 불법대출을 계속하고있는
부산의조흥금고도 마찬가지다.

불법대출의 시정에 10년이 넘는 유예기간을 두는 것은 한마디로
특혜로 볼수밖에 없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83년 사고를 낸 부산조흥금고는 당시 전경환씨의 압력으로 재무부가
자체정상화로 방향을 잡았다는 사실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는
업계관계자의 얘기가 이를뒷받침한다.

회생가능성있는 금고를 정책적으로 파산시킨 사례도 있다.

지난84년9월 파산선고를 받은 대구 광명그룹계열 광명금고가 그 케이스.

이금고는 부외차입과 위장대출로 모그룹에 약60억원을 제공해 83년11월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당시 지역경제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제3자에게 인수시켜달라는
재무부실무자와 신용금고연합회의 건의가 묵살된채 이금고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업계관계자는 "당시 광명금고가 정호용씨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것은
세상이 다아는 일이다.

정치적으로 정씨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정부고위층의 압력으로 파산된거다"
라고 파산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살리느냐 죽이느냐"에 대한 해답이 원칙이 없고 정책적으로
해결되니 신용금고사주들은 사고를 내도 "로비"를 하면 자체정상화를
이룰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충북금고도 예외는 아니다.

경영지도중 불법대출금액이 커져 사고의 위험이 현저함에도 그냥 덮어둔
것이다.

"충북금고뿐만아니라 지난해 흥업금고의 사고도 당시 재무부담당실무자
들이 같은 청주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법대출에 대해 강한 제재를
가하지 않아 발생한것"이라는 업계관계자의 얘기도 있다.

지난84년 광명금고가 파산처리된후 신용금고사고는 모두 "공동관리
-계약이전-제3자인수"라는 공식에 의해 처리됐다.

신용관리기금이 설립된 지난83년이후 신용금고의 사고는 32건.

사고금고가운데 파산된 금고는 불과 6개금고다.

5개금고가 자체정상화됐거나 정상화작업이 진행중이고 나머지 21건은
모두 계약이전 또는 은행인수로 살아난 것.

이같은 사고처리는 지역경제와 공신력이 약한 신용금고업계에 타격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파산은 피해야한다. 파산시킬경우 상호신용금고업계의 예금중 약30%인
8조원이상이 인출될 것이다. 그러면 금융대란이 예상된다"(신용관리기금
박용학이사)

이같은 "파산불가론"도 있지만 금융자율화시대에 책임경영과 불법방지를
위해 금융기관의 사형선고도 불사해야한다는 "파산불사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당국이 그만큼 원칙없이 사고처리를 해왔기때문에 신용금고업계의
체질이 허약해진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