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3위의 컬러TV 제조업체인 제니스사를 3억5,119만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LG는 4년간 연속적자 끝에 77년간 지켜온 전자제조업의 영광을 포기한
제니스사를 새로운 자동화투자,도전적 경영혁신,기술우위 다각화로
97년까지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1918년 설립이후 단파라디오와 흑백TV등을 개발했고 50년대부터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청취력 높은 "제니스 진공관 라디오"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이 회사가 기술때문에 살아남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가격경쟁력 상실때문이다.

15억달러의 매출액에 1,400만달러의 적자(94년)가 인수당하는 쪽에서는
"누적적자의 두려움"으로 보였지만,2만명이 넘는 종업원에 2억달러이상의
자본금을 가지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첨단기술을 보유한 잠재력이 인수하는
쪽에서는 약간만 손을 보면 멀티미디어 시대를 열어가는 미대륙 최대의
컬러TV 업체로 "도약할수 있는 발판"으로 보여진 것이다.

도전을 기회로 보는 장기적인 안목의 한국 기업이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경영을 실패로 간주하는 단기적인 수익에 집착하는 미국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땀이 나고 손끝에 붙어야만 일할 맛을 느끼는 우리의 생산기술이 이제
첨단 과학기술에 뿌리를 내리고,지기 싫어하고 크고 강한 것에 매달리는
우리의 도전적인 기업심이 미국의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에 접목될
기회를 얻게된 것이다.

LG전자의 이번 제니스사 인수는 삼성전자의 IGT와 AST인수,현대전자의
AT&T 비메모리 반도체부문과 TVCOM 인수등과 같은 맥락으로서 기술장벽을
뛰어 넘는 동시에 멀티미디어 정보화 사회를 열어가려는 우리 기업의
공격적인 세계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다만 이같은 한국기업들의 미국내 직접 투자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할 것임을 이 기회에 특히 지적해 두고 싶다.

첫째 인수기업의 흑자전환에 총력을 기울여야한다.

기업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시장평가가 효율적인 미국내에서의 기업생존
전략은 수익률 제고가 마지막 보루이다.

매각한 기업의 누적적자 문제는 인수한 쪽에도 같은 부담으로 남는다.

과감한 경영혁신기법의 도입이 필요하다.

새로운 자동화 투자에 앞서 낭비요소제거를 위한 리스트럭처링은
피할수 없다.

둘째 인수기업의 보유기술을 하루 빨리 지적자산으로 전환시켜야한다.

지식과 기술은 서류로 남는 것이 아니고 회사종사원의 능력속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인수합병과정에서 지식.기술 보유자가 떠나면 그때까지 권리로 확보되지
못한 인적자본은 떠나고 사라진다.

기술보유 인적자산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셋째 현지화된 인수기업의 경영권과 기업문화는 존중되어야한다.

특히 고용관계법이나 기업회계관련 세무원칙은 현지법인의 경영환경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사항이므로 투자기업의 경영방침의 현지화에
무리가 없어야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