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자동차업계가 본격적인 "파생차종시대"를 맞고 있다.

파생차종(Derivative)이란 한개 차종을 기본으로 여러가지 변종을 만들어
내는 것.

기본 모델의 언더보디와 성능을 바탕으로 하지만 외양은 전혀 다른 차처럼
보인다는게 특징이다.

그러니까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차종"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현대자동차가 이런 스타일의 자동차를 선보인다.

아반떼 시리즈가 바로 그 주인공.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거두고 있는 세단형 아반떼를 기본으로 한 3종류의
파생차종이 내달부터 내년 중반까지 연이어 출시된다.

현대가 내달 판매에 들어갈 아반떼 첫 파생차종은 "넥스트 원".

국내업계가 처음으로 내놓는 본격 왜건이다.

이미 지난5월초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열린 95서울모터쇼에서 일반에
공개됐던 차종이다.

앞모습이나 옆모습은 세단형 아반떼를 그대로 빼닮았지만 뒷쪽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차이다.

현대자동차의 취약부분인 RV(Recreation Vehicle)의 공백을 메워나갈
"신무기"이다.

그다음 선보이는 것이 "아반떼 쿠페".쿠페란 정통 스포츠카는 아니나
외양이나 성능을 스포츠카 형태로 개량한 차종을 말한다.

지금 팔리고 있는 스쿠프가 그런 종류이다.

내년4월께로 판매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아반떼 카브리올레"가 쿠페의 뒤를 잇는다.

지붕을 여닫을수 있는 컨버터블(Convertible)형이다.

카브리올레라는 말 자체가 불어로 컨버터블이라는 뜻이다.

이쯤되면 아반떼 세단의 모습은 아예 찾기가 어렵다.

아반떼와 마르샤로 승용차의 풀 라인 업(모든 등급의 차종을 확보하는 것)
을 이룬 현대가 이제는 파생차종으로 라인 업을 더욱 탄탄히 하고 있는 것
이다.

물론 그동안 우리나라 업체들도 한개 차종으로 몇가지 변종을 만들어내기는
했다.

지난해 나온 현대 엑센트도 4도어 세단형외에도 3도어 프로엑센트와 5도어
유로엑센트라는 "아우"를 두고 있다.

기아 프라이드도 세단형의 프라이드 베타가 나와있고 대우도 르망을 기본
으로 한 씨에로와 넥시아등 다양한 변종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런 차종은 그저 화장을 한 정도일 뿐이다.

그저 변종일 뿐 파생차종의 카테고리로 묶기는 어렵다.

그러면 파생차종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힌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세단형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세단형을, 레저용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왜건을 권하면 된다.

젊은층은 쿠페나 컨버터블을 선호할게 분명하다.

선택여지를 넓혀 단 한명의 소비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수출시장에서 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같은 방법이 절대적
이다.

업체로 볼때도 파생차종의 매력이 만만치 않다.

"개발비를 별로 들이지 않고도 새로운 이미지의 라인업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현대자동차 승용상품기획부 이형근부장).

그러나 파생차종을 만들어내는데는 전제조건이 있다.

국제경쟁규모의 생산능력이 절대적이다.

고작 10만대 정도를 파는 차량이라면 파생차종 개발은 생각할수조차 없다.

아무리 개발비가 적게 먹힌다지만 금형이 달라 양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산원가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대가 이처럼 다양한 파생차종을 생산할수 있는 것은 아반떼의 생산능력
이 35만대에 달하는데다 판매에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모델이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전제다.

남의 모델로는 뜯어 고치는데 한계가 있다.

아반떼는 엑센트에 이은 2번째 1백% 독자기술에 의한 모델이다.

그래서 자유자재로 주무를수 있는 것이다.

외국업체들도 다양한 파생차종을 갖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혼다 어코드는 2도어 4도어 왜건등의 모델을
갖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어코드의 언더보디를 활용해 "오디세이"라는 미니밴까지
만들었다.

도요타도 캄리를 기본으로 한 차가 2도어 4도어 왜건 외에도 "아발론"
이라는 별도 차종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기본으로 한 미니밴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이런 파생차종으로 미국의 소비자들을 "저인망"으로 훑어
가고 있다.

현대도 아반떼와 3종류의 파생차종외에도 미니밴을 추가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아반떼 언더보디로 미니밴으로 만들어도 결코 작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르노가 "R-19" 후속모델로 개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크기이고 폴크스바겐도
소형차인 골프로 미니밴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