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9일 발견된 고리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누출사고는 누출된 방사능
의 양이 인체에 큰 피해를 줄 정도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그러나 방사능폐기물관리의 직간접책임을 지고 있는 통상산업부와 과학
기술처의 사고후 관리를 보면 정부당국자의 안전의식이 얼마나 희박한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고리원전안의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한국전력의 상부기관인 통상산업부의
박재윤장관은 사고발생소식자체를 아예 몰랐다고 변명했다.

한전은 이번 사고를 통산부에 보고하는게 옳았다며 한전의 보고태도만을
꾸짖고, 보고를 못받은 장관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무기력한 통산부
의 현주소를 시인하면서도 "장관은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통산부는 사고발생후 한달이 지나 언론에 공개된 후에야
사고소식을 알았다는 얘기인데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통산부는 그동안 민간기업에 화재가 발생해 몇명의 사망자가 발생해도
보고를 받아 왔다.

보고를 늦게 했다는 이유로 실무자들이 혼이 난 적이 있을 정도다.

이때문에 이종훈한전사장이 방사능사고관리가 허술했던 것은 심각한 문제
라고 판단했으면서도 박장관에게 보고할 생각은 못했다고 한데 대해 이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보고를 들은 정근모과기처장관은 사고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발전소안에서 일어났고 사고등급분류상 일반에게 공개할 정도가 아니어서
한달이상 발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은폐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원자력발전소는 그성격상 지역주민의 이해와 신뢰가 바탕이 돼야만 건설
단계에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운영을 보장받을수 있다.

방사능오염이 없음에도 지역주민들은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일쑤다.

정장관은 은폐의혹이 끊이지 않자 앞으로 방사능사고는 기준에 관계없이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뒤늦게 발표했다.

두 장관의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후 행태때문에 정부가 지방자치제선거를
의식,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야당의 비난이 나오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