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력비상의 주범은 누가 뭐래도 "에어컨"이다.

매일 최대전력수요가 오후 3시를 전후해 발생하는 것도 찜통더위를 식히기
위해 직장이나 가정에서 에어컨을 풀가동하는 탓이다.

열대야 현상속에 너도나도 에어컨을 틀어대는 오후 7~11시사이 아파트
단지등에서 변압기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연 에어컨은 여름철 소비전력중 얼마큼을 사용하는 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우선 전국의 에어컨 보급대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통상산업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년에 신규로 보급된 에어컨은 총
56만대.

전체 냉방기 보급대수의 10%는 매년 낡아 폐기되는 것으로 보면 순증물량은
36만대라는게 통산부의 추정이다.

따라서 올여름 전국에서 돌아가는 에어컨은 모두 356만2,000대.

패키지형(대당 소비전력 3.6kW)이 118만8,000대이고 룸형( " 1.31kW)이
237만4,000여대이다.

이를 소비전력으로 환산하면 정상기온때 에어컨 냉방수요는 280만7,000kW에
달한다.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금년 여름 최대전력수요(2,956만5,000kW)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와 같은 이상고온이 다시 올 경우 에어컨 소비전력은 310만kW를
넘어설 것이라는게 통산부의 예측이기도 하다.

여기에 냉동기 선풍기 냉장고등 냉방기기를 모두 합치면 올여름 총 냉방
전력수요는 정상기온때 521만8,000kW, 이상기온시 602만2,000kW로 추정되고
있다.

최대전력수요의 20%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전력수요가 피크치를 오락가락할때 에어컨 하나라도 끄는게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더구나 에어컨은 대낮 피크시간때 못지않게 밤에도 골치를 썩이기 일쑤다.

과부하로 인한 정전사고때문이다.

일반 가정에선 이로인해 잠들기 직전인 한밤중이 하루중 정전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때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들어 열대야 현상으로 오후 7~11시사이에엔 대형 아파트단지
에서 과부하로 인한 정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밤의 정전사고는 대형 평수의 10년 이상된 아파트에서 많다.

당초 설계때보다 전력사용이 늘어나면서 사고가 집중되는 것이다.

한전은 일반가정에 들어가는 전력이 평균 3kW이므로 보통 20가구 기준으로
30~50kW 용량의 변압기를 설치한다.

그런데 룸에어컨의 소비전력이 평균 1.3kW나 돼 한집에 두대의 에어컨을
켜는 경우엔 과부하의 위험이 높다.

더구나 요즘은 대당 전력소비가 2~3kW에 달하는 업소형 에어컨을 가정에
설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큰 문제라고 한전관계자는 밝혔다.

가정용 변압기는 한 가구가 최대 5kW를 사용해도 이상이 없도록 설치돼
있다.

그러나 만일 20가구가 동시에 3kW씩을 쓰면 영락없이 과부하로 정전사고가
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가는 고압선은 한전의 관리책임아래 있지만
단지내 변압기부터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책임이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여름밤에 과부하로 불도 나가고 에어컨도 꺼지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전력소비가 많은 전기기기를 들여 놓을때 미리 한전지점에
연락, 변압기 용량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건 에어컨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켜더라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에어컨으로 여름철 실내온도를 섭씨 1도 낮추는데는 7%의 전력이 더 든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에어컨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한여름 전력위기를
지혜롭게 넘기느냐, 마느냐의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