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기술이 자립시대로 접어들었다.

제1세대 한국표준형 원전인 울진 3,4호기의 핵심기술 개발이 마무리돼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설계 제작 건설등 모든 부문에 있어 전적으로
책임지고 진행중인 한국표준형 원전의 건설은 본격적인 원전기술 자립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한국표준형 원전 건설은 지난 84년 정부의 "원전기술자립계획"에 따라
시작됐다.

이계획은 한국의 실정에 적합하고 경제성과 안전성이 높은 원전을 계속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자로 냉각재펌프등 경제성이 없거나 국내 산업구조가 취약한 분야의
기자재는 해외구매하고, 신기술도입및 안전규제요건 변동등에 따른 설계
변경 사항은 외국의 기술지원 또는 자문을 활용해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도 원전기술자립계획의 목표이다.

이계획에 따르면 올해말까지 우리나라 원전기술은 종합적으로 95% 자립화
하게 된다.

원전기술의 가장 핵심이 되는 원자로계통설계가 95%, 플랜트종합설계 95%,
종합사업관리 98%, 원자로설비(NSSS)제작 87%, 핵연료설계및 제조시공등은
100%의 자립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종합사업관리 아래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원자로계통설계및 핵
연료설계, 한국전력기술이 플랜트종합설계, 한국중공업이 주기기제작, 한국
원전연료가 핵연료제조를 각각 나눠 맡았다.

이같은 분담체제는 첫 한국표준형 원전이 될 울진 3,4호기의 모델인 영광
3,4호기의 건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영광3호기는 이미 가동중이며 4호기는 상업운전을 위해 시험가동중으로
한국표준형 원전의 모델이다.

영광 3,4호기의 개발은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ABB-CE)사의 "시스템80"
노형을 모체로 이전의 국내외 연구결과와 설계개선항목을 반영해 이뤄졌다.

시스템80은 130만kW급 용량이지만 우리나라 전력계통규모를 감안해
100만kW급으로 축소했다.

원자로 운전원이 원자로의 상태를 언제든지 쉽게 알수 있는 최신의 인간
공학적 개념도 도입했다.

영광 3,4호기는 우리기업이 미국기업과 설계 건설 제작등 전부문에 공동
으로 참여했다.

여기서 우리의 기술로 표준원전을 독자 건설할수 있는 토대가 구축됐다.

이토대를 바탕으로 최근에 개발한 설계및 안전기술을 추가해 울진 3,4호기
가 건설되고 있다.

울진 3,4호기는 이의 기본모델이 된 시스템80에 비해 기술성및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등에서 크게 개선됐다.

노심 손상빈도의 경우 시스템80이 연간 1만분의 1인데 반해 울진 3,4호기는
연간 10만분의 1로 크게 줄어들었다.

또 한국표준형 원전의 설계, 기자재 구매및 제작 시공 시운전등에 대한
모든 품질보증및 안전성관련 기술기준은 시스템80에 적용된 70년대 기술
기준보다 발전된 80년대 기술기준이 적용됐다.

특히 운전절차도 간소화하도록 설계돼 현재 건설중인 원전중에서는 차세대
원전 규제요건에 가장 근접하게 설계된 원전으로 꼽히고 있다.

원전기술의 자립은 우리 기술의 해외수출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91년에 원자력연구소가 중국 핵동력운행연구소에 광동원전 가동전
검사기술을 자문수행해준 것을 시작으로 원전기술이 잇따라 해외에 팔려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수출된 원전기술은 모두 10건.

이중 6건이 중국에 수출돼 중국이 우리 원전기술의 주요 수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원전기술 선진국인 미국에도 2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켜 선진
원전기술국 대열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들어 우리나라가 수출한 원전기술은 원자력연구소가 터키에 아쿠유 원전
건설 기술 자문용역을 해주기로 한 것, 고합그룹과 한국중공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국 진산 2,3호기 원전기기를 공급키로 한것, 원자력연구소가 원전
성능및 평가기술을 미국 제테크사에 수출한것등 3건이다.

70년대 외국업체가 주계약자가 돼 일괄도급방식으로 원전을 건설하던데서
시작, 이제 우리기술로 우리실정에 맞는 원전을 건설할수 있는 기술을
착실히 다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