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정책이 바르게 수립되고 또 제대로 집행될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수립되었다 하더라도 집행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면
정책의 성공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정책,더욱이 개혁적 성격의 정책이 실시되면 불이익을 받는
계층 또는 집단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러한 계층 또는 집단의 저항을 극복할수 없다면 당초 정책수립
의도는 왜곡되거나 실종될수 밖에 없다.

지난번 4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자당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등
경제개혁 조치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재의 개혁정책에 보완할 것이 없다면서 개혁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주장,당.정간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민자당이 구상하고 있는 개혁정책의 보완은 내년에 실시예정인 금융소득
종합과세제의 시행연기 등을 포함하고 있어 말이 보완이지 사실상 개혁의
후퇴나 다름이 없다.

어떤 정책도 완벽할 수는 없다.

정책집행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고 마찰이 있을수 있다.

그래서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실명제 보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분명하지
않다.

더욱이 민자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실명제를 실시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닌데도 실패원인을 여기에 돌려 "보완"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후퇴시키려 한다.

혹시 정치자금 수수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 민자당은
개혁을 논의할 자격이 없다.

시행중에 있거나 시행예정인 정책을 보완하려면 그 정책이 잘못돼
있다는 점과 또 새로 보완되는 정책이 당초의 정책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개혁보완 논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그동안 실명제실시로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렀는가를 생각해 보자.

개혁조치를 왜,무엇 때문에 보완해야 하는지를 오히려 국민 대다수가
알지 못하고 당황해하고 있다.

내년부터 실시예정인 금융소득 종합과세제가 연기되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기대도 확산되고 있다.

가파른 고개를 땀 흘리며 올라가고 있는데 힘들다고 주저앉거나 다시
내려가자면 오르지 않은 것보다 훨씬 못한 것이다.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 정책에 대한 불신은 확산되게 마련이다.

개혁의 방향이 옳았다면,또 이를 밀고갈 뜻이 있었다면 원래의 의도대로
밀고나가야 한다.

실명제 실시에 따르는 불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몇 만원 송금하는데에도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제가 실시되면 과세대상자들의 신고절차가 복잡해질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을 덜어주는 노력은 있어야 하지만 불편을 덜어주는
것과 제도의 골격을 바꾸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실명제 실시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실명제를 보완하는 것으로 대처해서는 안된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정도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밀리는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당.정간의 소모적인 경제개혁 보완논의는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