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짜리 단기자금을 잡아라"

3단계 금리자유화의 시행첫날인 24일부터 은행권과 투자금융등 제2금융권
간에 단기예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날 오전9시반 S투자금융 임원회의실."이러다가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
(CD)에 고객을 몽땅 빼앗기는 거 아냐" 여느 때 같으면 자금동향이나 한번
체크하고 일상적인 업무추진보고를 하면서 간단히 넘어갈 S투금의
주례임원회의가 심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전북은행이 새로 허용된 30-59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수익률을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연13.2%로 정해 한시판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판하는 30-59일물 기업어음(CP)의 기준금리보다도 0.2%포인트나
높은데요. 그렇쟎아도 CD는 만기전에 팔면 내년부터 실시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해갈 수 있다는 잇점 때문에 단기자금이 대거 CD쪽으로
이동할 움직임이 보이는 데 정말 큰 일입니다"

3단계 금리자유화 조치에도 불구,"은행보다 금리우위를 지킬 수 있다"며
다소 느긋한 입장이었던 투자금융.종합금융등 제2금융권에 비상이 걸린 것.

"투금등 제2금융권은 이미 1.2단계 금리자유화 조치로 금리규제가 웬만큼
풀렸고 이번 3단계 조치는 주로 은행권을 겨냥한 것이라 소극적으로
대처하려고 했었지요"(D투금 C부장).

지난 19일 현재 투금.종금의 총수신잔액은 49조9천4백77억원. 이중
기업어음(CP)이 가장 많은 42조2천1백6억원으로 84.5%를 차지하고있다.

또 어음관리구좌(CMA)는 7조1천5백89억원(14.3%),발행어음은 5천7백82억원
(1.2%).

주력상품인 기업어음은 덕산그룹 부도사태와 충북투자금융 예금인출동결
사태때인 지난 3월 한때 감소세를 보인 것을 제외하곤 꾸준히 매월 1조원
정도의 증가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런 증가세가 3단계 금리자유화라는 "변수"를 만나 둔화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S투금 P영업부장).

그래서 투금업계는 기업어음의 네고(흥정)금리인상등 "위기상황 탈출구"를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우선 기준금리외에 창구직원들이 재량껏 결정할수있는 네고(흥정)금리를
종전의 0.1-0.2%포인트에서 0.3%포인트이상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했습니다"

C투금 S상무는 "금리인상에는 금리인상"으로 맞서는 맞불작전이 우선은
최상책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투금업계의 전략에 대응,전북은행이 30-59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
발행수익률을 파격적으로 연13.2%로 시판한 것으로 비롯,지방및 후발은행
들의 단기성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도 만만치 않다.

"네고금리인상이요,우리도 벌써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한미은행 K부장).

한미은행은 이날 30-59일물 양도성예금증서의 기준금리를 연10.0% 로
정하면서 네고금리폭을 최고 2.5%포인트 결정,고객들이 받는 이 상품의
실질금리가 연12.5%까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금리인상 경쟁은 조달비용의 증가로 인한 마진의 축소로
이어져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투자금융경제연구소 이태봉 소장은 "3단계 금리자유화 조치로 자금의
단기화및 유동화가 한층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무리한 과열 금리경쟁은 금융기관의 경영부실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금융계는 단기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도 중요하지만
끌어들인 자금을 어떻게 짭잘하게 굴리느냐가 금리자유화 시대의
가장 중요한 성공전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금리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획득,입맛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금리자유화 시대에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 질의 제고,고객만족(CS)운동도
금융기관간의 우열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