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를 통해 금융효율의 향상을 꾀한다는 명분아래 지난 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개도국에서까지 금융시장개방및 금융
규제완화가 진행됨에 따라 국제 자본이동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기 투자이익을 노려 급격히 이동하는 국제 금융자본,이른바 핫머니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사례로 지난해의 유럽 통화위기와 올해 초의
멕시코 외환위기 그리고 슈퍼 엔고현상 등을 꼽을수 있다.

이때 국제 핫머니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시장개입마저 무력화시키는
괴력을 발휘했으며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유행어를 실감하게 했다.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일본마저 엔고로 기업 채산성악화와
경기회복지연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는 판에 우리경제가 국제 핫머니의
이동을 예의주시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특히 시기적으로도 멕시코 외환위기를 계기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일제히 빠져나간 국제 금융자본이 국제금리의 상승세가 진정된 요즈음
개도국으로 환류되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달초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확대된 뒤 12억8,000만
달러가 순유입되어 지난 20일 현재 외국인 주식투자잔액이 100억달러를
넘고 있다.

이같은 핫머니의 유입은 주가회복을 부추기고 국내 금리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반면에 환율절상압력을 가중시키고 통화관리에 부담을 줄수 있다.

특히 어제부터 3단계 금리자유화가 시행됨에 따라 핫머니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정책마련을 서둘러야 하겠다.

핫머니 유입에 대응키 위해 지금까지 많이 거론된 정책대안이 부태화정책
( sterilized policy )이다.

즉 외자유입액만큼 중앙은행이 원화표시 국내자 산을 매각함으로써
환율절상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통화증발도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태화정책이 기대한 정책효과를 거두고 금리상승압력이 커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공채시장 육성및 통화신용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은 이제야 금리자유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채권시장의
경우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막론하고 규제가 심해 시장구조가 왜곡돼
있다.

특히 국공채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기 때문에 불태화정책이 한은의
통화안정증권매각이라는 형태로 시행될 가능성이 많다.

이는 다시 자금흐름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하게
된다.

또한 정책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경우 그것이 불태화정책이건
다른 정책이건 외환시장 참여자에게 정책방향에 대해 신호를 보내게
된다.

따라서 외자 유입에 따른 충격을 환율 통화 금리 등에 어떻게 분담시킬지에
대한 확고한 정책방향이 수립되어야 하며 이 신호를 외환및 금융시장
참여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모든 경제현상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함께 있다.

어느쪽이 부각되느냐는 것은 정책당국의 정책방향과 이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반응에 좌우되게 마련이다.

핫머니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