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 되면 우리나라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태풍이라는 이름의 불청객이다.

금년에도 태풍 "페이"가 23일 전남 여수와 고흥반도사이의 남해안으로
상륙해서 남해안과 동해안 일대를 강타했다.

우리나라를 엄습한 올해 첫 태풍인 "페이"로 전국에서 사망.실종자등
50여명의 인명피해를 냈다고 한다.

태풍이란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저기압중에서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 발달한 것을 말한다.

태풍의 태라는 한자는 강희자전등 중국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다.

중국에서 사용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634년에 편집된 복건통지 56권
토풍지에 나온다.

영어로 태풍을 타이푼 (typhoon) 이라고 하는데 1588년 영국에서 사용
했었고 프랑스에서는 이미 1504년에 typhon) 이란 말이 쓰여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태풍의 음을 어째서 타이푼이라고 읽게 되었는지 그 이유
를 알수 없게한다.

한가지 생각할수 있는 것은 아랍어에 빙글빙글 도는 바람을 tufan 이라
하는데 이 말이 타이푼으로 전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에서 옛날에 태풍과 같은 풍계를 태풍이라 했는데 아라비아 항해자
들이 중국인에게 배워서 tufan 이라고 이름진 것이 아닌가 추정될뿐이다.

세계의 열대저기압중에 폭풍을 동반할 만큼 발달한 것은 연간 평균
60개정도 발생된다.

이중 북반구에 발생하는 것이 50개정도이고 남반구는 10개정도가 된다.

북반구의 50개중 약 30개가 태풍이고 미국 동해안을 내습하는 허리케이이
10개정도, 그밖에 인도양이나 벵골만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이 10개정도가
된다.

세계 열대저기압중 약 반수가 태풍인 셈이다.

또 태풍의 월별 평균 경로를 보면 7~8월에는 우리나라를 거쳐가고 9월에는
일본에 불어닥친다.

그래서 올 여름에도 우리나라를 엄습할 태풍이 몇개 더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물론 태풍은 자연재해이므로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나 태풍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와 대책에 따라서는 재해를 한층
축소할수 있다.

가령 여수에서 있었던 승합차 해일추락사고등은 그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수
있다.

우리는 600명에 가까운 사망,실종자를 낸 삼풍참사를 얼마전에 겪었기
때문에 태풍 "페이"의 인명피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5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큰 재난이 아닐수 없다.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태풍의 위험에 대비해서 우리 자세와 대책을
가다듬어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