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국산 자동차가 가파른 수출신장을 보이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저해,"외화내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업계는 실어내기식 물량공세에서 탈피, 취약한 수익구조를 개선
하고 품질우선의 수출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25일 "자동차 수출급증의 문제점과 향후 진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중 국내 자동차 수출이 50%이상의 신장률을 기록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중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실적은 52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이 정도의 신장세가 이어질 경우 금년 수출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백만대
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들어 자동차 수출이 급증한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개도국들의 자동차 대중화와 선진국의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출수요 신장이
첫번째 요인이다.

여기에 엔고까지 가세, 한국차가 일본차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에 선 결과
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KIET가 제기한 "수출신장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선진국 경기회복이나 엔고와 같은 대외환경 호전으로 인한 수출신장은
"외화"일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품질경쟁력이란 "내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오래 갈 수도 없고
되레 자동차 산업의 구조개선에 걸림돌만 된다는 것.

무엇보다 급격한 수출증가는 국내 부품시장의 공급부족을 유발,부품가격
상승과 질적저하를 부를 수 있다는게 KIET의 논거다.

또 한국차의 신뢰도가 올라가지 않을 경우 엔고가 사라지면 지난 80년대말
경험처럼 급격한 수출축소를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선진국의 통상개방 압력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점도 수출급증의
폐해로 지적했다.

물론 품질 경쟁력등 "뒷심"만 든든하면 한국차의 수출급신장은 염려할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는게 KIET의 분석이다.

우선 KIET는 한국차의 품질 열위를 지적했다.

미J.D.파워사의 품질조사에 따르면 한국차의 품질은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의 1백대당 평균 결점수는 지난해 1백10에서
올해 1백3으로 개선된 반면 한국의 A사 자동차 결점수는 1백95로 작년의
1백93보다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B사 자동차의 결점수는 2백95로 A사에 이어 조사대상 차종중 최하위를
기록했었다.

특히 지난 88년 48만대에 달했던 대미승용차 수출이 지난 92년과 93년
각각 12만대와 11만대로 급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게 KIET의 시각
이다.

KIET는 따라서 한국차의 품질이 좋아지지 않는 한 최근 서유럽에서의
수출호조도 조만간 "미국의 전철"을 되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KIET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기반 취약을 문제로 지적했다.

조립기술의 경우 경쟁국과 비슷하지만 제품개발력은 선진국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자동차의 신차 개발기간이 평균 52개월로 일본(36개월)이나 미국
(48개월)보다 길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의 작업자 1인당 기계보유대수가 1.4대로 일본의
7.5대는 물론 미국의 2.5대보다 적고 금형교환시간도 한국은 평균 48분으로
일본의 8분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도 KIET의 지적사항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 KIET의 결론은 간단하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경쟁력 자체가 아직은 취약한 만큼 수출 물량확대
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송병준KIET연구위원은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물량 위주의
수출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가격우위 요인을 수출가격에
반영함으로써 수출대수를 줄이는 대신 수익구조를 개선하는게 바람직
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부품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자금과 기술에서 우위에 있는
완성차 업체의 지원이 긴요하다"며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업체에 대한 지원
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