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 정도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한경연이 낸 ''30대 기업집단의 형성과 성장요인''보고서를 보면 이런 변화
가 잘 나타나 있다.

93년기준 상위 10대기업집단순의는 현대 삼성 대우 엘지 선경 한진 쌍용
기아 한화 롯데그룹등이다.

87년만해도 현대 삼성 LG 대우 선경 쌍용 한화 한진 효성 롯데그룹순
이었다.

대우와 LG의 자리바이 일어났고 한진그룹이 쌍용 한화그룹을 제치고 6위로
부상했다.

그런가하면 기아그룹이 혜성처럼 8위권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효성그룹은 9위에서 16위권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순위 변화는 불과 6년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이들 기업집단의 부침은 중화학공업진출을 통한 변신여부와 관련이 있다.

80년대 중반이후의 10대구릅중 한진과 롯데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화학공업
분야에 계열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지난 83년에서 93년까지 매출액증가율을 기준할때 30대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고성장그룹은 한라가 기아 금호 동양 우성건설 삼성 해태 고합 현대 롯데
그룹등이다.

이들의 연평균 성장률은 17~38.6%에 달한다.

한라그룹은 연평균 38.6%의 고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중성장그룹은 대우 한화 LG 미원 동아건설 진로 두산 효성 코오롱 동국제강
그룹등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3~16%선.

이에비해 저성장그룹은 동부 쌍용 한진 선경 삼미 벽산 극동건설 한양 대림
한일 등이다.

평균 성장률은 13%이하이다.

한일그룹은 1.2%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이들 대기업집단에 이같이 성장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소유경영자의
성향과 능력이 크게 다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주도의 개발경제시대에는 소유경영자의 경험으로 터득한 외형확장적
성장전략에 치중해왔다.

이러한 다각화의 정도에 다라 90년대 기업진단의 판도를 바꿔놓았다고 할
수 있다.

다각화와 함께 대기업집단의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주요사업부문별 비중도
달라지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80년대이전에는 건설과 중화학공업부문이 그룹매출액의
70%이상이었다.

그러나 85년이후에는 종합상사부문이 건설을 제쳤다.

93년말 현재 중화학부문은 40%, 종합상사 30.5%, 기타서비스 15.5%, 건설
11%등이다.

사업부문별로 상당히 다각화됐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80년이전에는 종합상사 38%, 금융 22%, 중화학 19%, 경공업 16%의 분포를
나타냈다.

타그룹에 비해 사업부문별로 상당히 다각화돼 있던 삼성그룹이지만 90년대
에는 그 내용이 크게 달라졌다.

93년기준 중화학부문이 32%로 확대된 반면 경공업 비중은 16%에서 7%로
감소했다.

기타 서비스부문은 1.5%에서 4.5%로 늘어났다.

대우그룹은 종합상사비중이 78.5%에서 50%로 감소한 반면 중화학부문은 25%
에서 45%로 불어났다.

그만큼 그룹의 무게중심이 중화학쪽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같은 구조조정 및 다각화와 함께 주력기업들의 그룹기여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현대그룹의 경우 건설 중공업 자동차 종합상사 등 주력 4개사의 매출비중이
83년 84%에서 93년엔 64%로 격감했다.

LG도 현대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산업이 발전하고 그 내용이 달라지면 주역이 달라지는게 당연하다.

오히려 그게 기업의 건전성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정상에 있는 대기업집단이 10년후에 그자리에 서 있으라는 보장은
없다.

그만큼 사업다각화정책은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