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약45km 떨어진 "땅그랑"공단.

이 공단내에 위치한 LG전자 현지공장에서는 요즘 더위도 잊은채 전
생산라인이 풀 가동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있어 생산량을 이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수요급증은 이곳에서의 주력 생산품목인 14인치 컬러TV뿐만이 아니다.

공급이 달리기는 냉장고 오디오도 마찬가지 상태다.

3백30여명의 공장근로자들은 2개조로 편성돼 교대로 생산라인에
투입되고 있다.

1조가 아침7시부터 오후4시까지 일하고 퇴근하면 2조가 곧바로 라인에
달려들어 밤12시까지 제품을 생산하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요즘 공장가동률은 월4만대를 생산할 정도로 당초 목표치보다 30%를
웃돌고 있다.

이는 같은 라인인 한국 TV공장에서의 월 생산량(2만5천대)보다 무려
60%나 많은 것이다.

이같은 가동률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초부터 계속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의무적으로 휴업을 해야하는 공휴일과 국경일을 제외하곤
생산라인이 중단된 적이 없다"는게 공장장 한창규이사의 설명이다.

1년중 무려 3백30여일이나 가동되고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지난6월 21인치와 29인치 대형 컬러TV 생산공장 1개라인을
완공하고 요즘 생산량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1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오디오와
비디오를 생산,전량 해외에 수출해왔으나 최근들어 전략을 수정했다.

컬러TV를 생산해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을 목표로 했던 LG전자와 수출전진기지로
활용키위해 진출했던 삼성전자는 비록 출발을 달랐지만 현재의 지상과제는
똑같다.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을 공략해 매출1위의 전자업체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도네시아는 외국업체들이 들어와 장사하기 어려운
유명한 나라중의 하나다.

관리들이 요구하는 사례비규모가 워낙 큰데다 진출시 현지기업과
합작해야하는 등 투자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경에도 불구,국내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내수시장공략의 "기치"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인도네시아 가전시장의
무한한 잠재력 때문이다.

인구가 1억9천만명에 달하는데도 TV보급 대수는 3백만대,냉장고는
불과 80만대에 불과하다.

요즘 각광을 받고있는게 14인치 소형TV인데다 아직도 흑백TV를 갖고있는
가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이같은 틈새를 파악,진출한지 몇년만에 내수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평가를 얻고있다.

LG전자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것은 지난90년 5월. 인도네시아
제2위그룹인 아스트라그룹과 합작으로 "GSA"(현재명칭은 LGEAE)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땅그랑 공단내 4만5천여평의 부지에 공장을 세워 91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 회사가 흑자로 전환된 것은 93년부터다.

LG전자가 전세계에 법인을 세운 12개 현지업체가운데 제품판매이후
2년만에 흑자를 기록한 것은 LGEAE가 처음이다.

LG전자가 인도네시아 컬러TV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4.5%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폴리톤"사라는 현지가전업체이다.

그러나 올들어 이러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LGEAE의 임상택판매담당과장은 "지난5월 판매시장을 분석한 결과
우리회사와 폴리톤과의 시장점유율은 거의 같거나 우리가 다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것이 LG전자의 지난해 컬러TV 매출은 93년에 비해 2백%,
냉장고는 1백%이상 급신장하고 있다.

지난해 18만대를 판매한 컬러TV는 올해 30만대이상이 팔려나갈 것으로
LG측은 전망하고 있다.

냉장고는 요즘 없어서 못팔 정도로 현지 수요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LG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면밀해 분석한 결과,인도네시아 수요자들이
"원 도어"모델을 선호한다는 사실에 착안,1백40만달러를 투자해
용량 1백80ml 짜리 원 도어 냉장고를 독자로 개발했다.

"이 모델을 한국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면 대부분 거들떠보지도
않았겠지만 현지에선 인기가 대단하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기호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LG전자제품이 인기를 끌게된 배경은 무엇보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소비자기호,이를 토대로한 마케팅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LG는 우선 24시간내 서비스를 실시하고 제품의 이상이 발견되면 수리가
될때까지 컬러TV와 냉장고를 무료로 대여해 주고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4천6백만달러보다 두배이상 늘어난
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의 목표는 내수시장에만 한정된게 아니다.

컬러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룸에어컨 컬러브라운관까지 이곳에서
생산해 인도네시아를 "종합제품생산기지"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를위해 이 회사는 오는 2000년까지 무려 5억8천만달러를 이 곳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연산 20만대인 컬러TV생산능력은 5년후에 1백만대규모로,냉장고는
7만대에서 20만대로 각각 확충될 예정이다.

이와함께 컬러브라운관 공장은 내년부터 양산체제에 돌입해 초기에는
연산 3백만개를 유지하다 2000년에는 1천만개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컬러브라운관 생산에 투입되는 투자비만도 무려 5억1천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LG전자보다 뒤늦게 내수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고가의 컬러TV시장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현지법인인 SME사는 지난92년부터 오디오와 비디오를 생산,전량
해외에 수출해 왔다.

지난해 생산규모는 오디오 70만대와 비디오 40만대등 1백10만대로
매출 1억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미 축적된 노하우와 철저한 매니지먼트를 기반으로 제품의 특화를
통해 내수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이 곧 선보일 제품은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있는 29인치 "바이오TV"
이다.

일본제품에 길들여져 있는 상류층이 주대상 고객이다.

품질은 일본제품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최고 20% 싸게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생산규모는 올해 6만4천대를 시작으로 내년에 13만대,97년에는
20만대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SME사의 이영봉부장은 "1단계로 고가대형제품이 먹혀들 경우 2단계로
소형TV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수바라야섬에 있는 냉장고공장과 SME사를 기반으로 오는
97년까지 내수판매를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오는2000년에는 인도네시아
5대 전자메이커로 진입한다는게 중장기 경영전략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