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업도입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정책당국이 대금업허용을 고려하는 목적은 지하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채를 양성화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기대되는 효과는 크게 두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지하경제의 축소이고 다른 하나는 비제도권금융을 제도권금융으로
흡수해 금융산업발전의 기반을 다지자는 것이다.

지난 26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사금융실태와 대금업제도화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우리나라의 사채시장규모는 지난해 국민총생산의 11%가
넘는 약34조원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엄청나게 많은 돈이 세금한푼 내지않고 높은 이자를 받고 있어
공평과세와 세수증대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성거래이기 때문에 차입자를 보호하기 어렵고 경제질서를
어지럽히기 쉽다.

문제는 자금출처의 조사여부및 양성화를 강제하는 방법이다.

만일 대금업을 허용하는 전제조건으로 자금출처조사를 요구할 경우
단순히 높은 수익을 노리고 사채시장에 흘러든 소규모 사채자금은
괜찮으나 자금출처가 떳떳하지 못한 거액의 사채자금은 불응할 것이다.

그렇다고 자금출처를 묻지않으면 금융실명제의 취지에 어긋나며
결과적으로 불법.탈법행위를 장려하는 꼴이 된다.

더욱 곤란한 점은 비록 자금출처조사를 하지 않는다 해도 굳이
신분을 노출시키고 세금을 내면서 지금까지의 음성거래를 포기해야할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이문제는 사채수요가 없어지지 않는한 해결되기 어렵다.

대금업을 허용자는 쪽도 지하경제축소보다는 제도권금융의 확충을
통해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서비스의 확대되는효과를 강조한다.

그러나 금융개선효과도 장담할수만은 없는 처지다.

왜냐하면 대금업체는 이자제한법이 정한 최고금리 이상의 높은 금리를
받기때문에 제도권 금융에 있던 돈이 대금업쪽으로 몰릴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금리격차때문에 제2금융권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우리현실을 볼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경우 대금업허용은 제도권금융의 확충대신 단순히 자금이동만을
가져오며 동시에 제도권금리수준의 전반적인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

물론 정책당국은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위해 대금업체는 예수금을
받지 못하며 자체자금만으로 영업하도록 규제하겠지만 누구도 완벽한
사후관리를 장담할수 없다.

이는 과거에 사채양성화를 위해 설립허가된 수백개의 상호신용금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수많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실이 말해준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것은 고도성장아래 왕성한 투자수요를 뒷받침해줄
자본축적이 절대부족했던 과거및 오랜 관치금융에 찌든 금융풍토의
산물인 사채를 대금업이나 다른 어떤 충격조치로도 단숨에 뿌리뽑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투기 뇌물 탈세 등의 불법행위를 꾸준히 단속하는 동시에
안정성장을 꾀하고 시장수급의 불균형을 완화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투자수익률을 낮추며 금융시장개방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중장기대책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