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자당은 29일오전 이홍구국무총리 홍재형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
과 이춘구대표 이승윤정책위의장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식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등 경제개혁정책의 보완방안을 협의한다.

이날 회의에서 민자당은 그동안 당안팎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마련한
개혁보완방안을 제시, 정부측과 절충을 벌인뒤 당정간 합의사항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에앞서 민자당은 경제개혁정책의 "시행착오"를 보완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한지 만 2주일만인 28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보완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는 이례적으로 오전내내 진행됐으나 회의가 끝난뒤 어느 누구도
당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박범진대변인이 "정부측과 협의, 최종 합의점을 찾기전까지는 당안을
공개하지 않을것"이라고 밝혔을 뿐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참석자들이 "내용"에 대단히 불만을 표시
했다"며 분위기를 전달했다.

당이 정부측에 개혁보완 목소리를 높이긴 했으나 막상 두껑을 열어보니
당당하게 내밀만한 카드가 없어 용두사미가 될 형편이라는 얘기였다.

다른 관계자도 "이 안을 갖고 굳이 총리와 당대표가 참석하는 고위당정회의
를 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당안에 크게 기대를 걸지 말라고 주문
했다.

특히 보완작업을 주도해온 한 고위당직자는 당초의 개혁보완 주장을 갑자기
거둬들이면서 "개혁보완이라는 말을 쓰지말아달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개혁보완 작업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이처럼 퇴색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정책위관계자들은 청와대의 "의중"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관련, 최근 청와대의 모수석비서관이 개혁보완문제를 놓고 당정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경고메시지를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지도부가 당안에 대해 보안유지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이다.

개혁보완실무단장인 이상득정책조정위원장은 이날 "개혁정책의 기본틀을
유지하되 미세한 부문에 대해 손질이 있을것"이라며 짤막하게 당안의 기조를
설명했다.

실무단의 한 의원은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관리"에
너무 소홀했다"며 정책의 골간을 바꾸기 보다는 정책집행과정에서 제대로
챙기지 못한 사안들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가 "집"을 그럴싸하게 짓기만 했지 "유지.보수"를 소홀히해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무단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볼때 개혁보완에 관한
당안의 골자는 금융실명제관련 네가지, 부동산실명제관련 두가지등 모두
여섯가지로 압축된다.

금융실명제와 관련해서는 우선 대금업법의 조기 제정을 꼽고 있다.

민자당은 지하경제를 제도권내로 끌어들여 "검은 돈"을 양성화하고
사채업자들의 횡포를 막으면서 영세상인들과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대금업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사채로 인한 폐해도 적지않지만 그 순기능도 무시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금업 도입으로 상대적으로 위축될 상호신용금고 새마을금고등에
대해서는 업무영역을 확대해 주는 방안도 함께 강구돼야 할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로 부가세 특례기준의 상향조정문제다.

금융실명제실시로 과특자들이 외형이 노출되는데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 연간 매출액 3천6백만원인 과특자기준을 어느정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소액송금제도를 개선, 1백만원이하에 대해서는 무통장입금시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측에 제안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관련, 시중은행의
5년이상 금융채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실명제에 대해서는 정부측과 그다지 큰 견해차는 보이지 않고 있으나
토지거래허가제개선과 종합토지세율 인하문제에 대해서만은 강력 촉구할
계획이다.

토지거래허가제의 경우 전국의 웬만한 땅은 죄다 허가지역으로 묶여
있는데다 담당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운용하고 있다는게 민자당의
시각이다.

특히 농지의 경우 그동안 외지인에게 명의를 빌려줘 "재미"를 보던 농민들
이 부동산실명제와 농지법등에 걸려 농지가 묶여 있을뿐 아니라 값이
떨어지고 거래조차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선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
이다.

또 종토세의 경우 최근 3~4년 사이 땅값이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 과표현실화로 세부담은 종전에 비해 많게는 2.5배이상 급증해 국민들
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보고 앞으로 과표현실화분 만큼 종토세율을 대폭
낮춰 주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한편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90년이전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처벌완화문제와
관련, 당초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과 국토이용관리법등의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법제처의 해석결과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이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져 별도 구제조치는 강구하지 않기로
했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