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구단과 서봉수구단이 다음달 9일부터 제12기 박카스배자리를 놓고
5번기를 벌인다.

두기사는 모두 무관이라 누가 이기든 한사람은 무관에서 벗어나게 된다.

두 기사간의 도전기는 수없이 봐왔지만 이번은 전혀 새로운 느낌이다.

92년 기왕전과 국기전에서 쟁패를 다툰후 거의 3년만의 도전기대좌이기
때문이다.

둘의 대국은 더이상 빅카드는 아니다.

듀엣으로 바둑계를 휘젓던 기억이 흑백필름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바둑계판도는 많이 변했다.

두기사는 80년대 중반까지 일가를 이루며 국내바둑계를 양분했다.

둘의 치열한 공방이 한국바둑수준을 반점치수는 끌어올렸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그후 도전기무대에서 서봉수의 이름이 먼저 사라졌고 조훈현도
지금으로선 장래가 불투명하다.

올해성적은 서구단이 18승11패,조구단이 38승22패. 자연히 이번대국은
중량감이 떨어진다.

타이틀의 비중도 적지만 그보다는 두기사가 예전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이다.

두기사가 도전기를 벌이게된 배경도 사실은 이창호칠단이 기전에
불참해 성사된 측면이 있다.

관전자입장에서는 왕년의 주연이 말년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무안함이 느껴진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무관과 타이틀홀더의 의미는 판이하기 때문에
두기사는 필사의 승부를 벌일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조구단이 다소 불안하지만 아직은 건재함을 보여주는 데 반해
서봉수구단은 93년 응창기배 우승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못내고 있다.

따라서 조훈현구단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올해전적도 조구단이 2승1패로 앞선다.

그러나 두기사간 승부는 언제나 예측불허다.

그들이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또 서봉수구단이 슬럼프라고 하지만 그는 목표가 정해지면 의외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거의 3년만에 밟은 도전기무대에서 "나 여기있소"라고 소리치고 싶은
서봉수에겐 조훈현이라는 파트너가 제격일지 모른다.

조훈현구단 입장에서도 당연히 물러설수 없는 한판. 부담은 서봉수구단
보다 오히려 크다.

국제전 선전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창호,유창혁에 의해 흠집이
많이 생겼다.

서구단에게 진다면 조국을 등지고 해외를 전전하는 고달픈 망명객신세가
된다.

보일듯 잡힐듯하지만 만져지지 않는 안타까움의 고리를 이번에야말로
끊고 싶은 마음일것이다.

조구단이 승리하면 83년 서봉수를 3연승으로 꺾고 원년챔프가 된이래
이 기전을 6번째 차지하게된다.

지금까지 두기사는 321번을 겨뤄 조구단이 223번,서구단이 98번을
이겼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