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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루몽] (143) 제6부 진가경도 죽고 임여해도 죽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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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봉 역시 숙연한 마음이 되어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진가경이 어조를 좀 명랑하게 바꾸어 말했다.

    "앞으로 얼마 있지 아니하여 우리 가문에 아주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거예요" 희봉이 퍼뜩 고개를 들어 진가경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떤 경사인데요?"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격이라고 할까,비단에 고운 꽃을 수놓는격이라고
    할까. 아무튼 굉장한 일이 벌어질 거예요"

    "좀더 자세히 말해줘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진가경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고 비유로만 말해주니 희봉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하늘의 기밀은 누설해서는 안돼요. 하지만 아주머니하고는 남달리
    각별히 지냈으니 이별을 앞두고 시 두구절을 읊어드리겠어요. 잘
    들으시면 그 속에 비밀이 들어 있을 것예요"

    그러면서 진가경이 시를 읊기 시작했다.

    삼춘이 지난 후에 모든 꽃들이 시들리니(삼춘거후제방진) 사람은
    각기 제 갈길을 찾아 떠나리(각자순욕각자문) 삼춘이라면 봄의 석달,
    즉 맹춘,중춘,계춘을 가리키는 말인지,아니면 3년의 봄을 뜻하는 것인지
    희봉은 얼론 헤아리기가 힘들었다.

    그래 거기에 대해 물어보려고 하는데 진가경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희봉은 가만히 진가경이 들려준 시를 음미해 보았다.

    삼춘처럼 가문에 영화가 찾아오나 어느 기간이 지난 후에는 그 영화도
    시들고 가문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는 내용임에 틀림없었다.

    하긴 모든 영화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지 않은가.

    화무십일홍이라 그랬고 권불십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도대체 어떤 영화가 찾아온단 말인가.

    희봉이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는데,중문 쪽에서 운판소리가 네번 울렸다.

    운판이 세번 울리면 제사나 혼인 같은 길례가 있다는 뜻이요.

    네번 울리면 상례가 있다는 뜻이 아닌가.

    희봉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지금껏 진가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이 모두 꿈속의 일이었다.

    운판 소리로 인하여 희봉의 몸이 떨리고 있는데,아니나다를까 시녀들이
    달려와 아뢰었다.

    "녕국부의 가용 나리의 아씨께서 돌아가셨는다는 기별입니다"

    아, 정말 진가경이 죽었구나.

    꿈속에서 본 진가경은 방금 몸에서 빠져나온 혼백임에 틀림없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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