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지방자치단체를 끌어안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정부를 장악하는 것이 내년 15대 총선과 대권도전에 큰 밑천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칭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고문은 30일 민주당소속 서울시구청장
23명 모두를 스위스그랜드호텔로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김고문은 이날 간담회에서 구청장들에게 적극적으로 신당에 참여해 주기를
부탁했고 신당이 서울시구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고문은 이미 28일 저녁 인천.경기지역 광역의원들과 인천 송도비치호텔
에서 만났고 지난 25일에도 서울시의회의장단및 상임위원장단 10여명을
힐튼호텔에서 만나 서울시의회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일련의 행사는 말할것도 없이 지자체장과 의원들을 신당에 끌어
들이기 위한 포석이다.

설득대상은 민주당이 승리를 거둔 수도권과 호남인사들이고 그중에서도
서울시의원과 구청장이 주 설득목표이다.

사실 신당창당이 공식화 된 후부터 민주당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행보를
놓고 이런저런 설이 많았다.

김고문이 직접 지원유세까지 해가며 당선에 도움을 줬으니 다시 당선되려면
당연히 신당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설이 지배적이었고 김고문측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신당행을 택할 것이라고 큰소리쳐 왔다.

그러나 돌아가는 분위기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단체장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심지어 김고문이 당선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조순서울시장도 흔들리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서울시구청장 중 몇명이나 신당에 참여할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고문측은 구청장 대부분이 신당에 동참할 것이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당내
일부에서는 최소한 몇명은 신당참여를 거부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김고문의 계속 지방자치단체를 챙기고 있는 것은 아직 신당참여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는 조순서울시장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의원과 구청장들을 설득해 신당에 동참시키면 조시장도 별 수 없이
신당행을 택할 것이다는 계산이 섰다는 얘기다.

김고문은 서울시구청장들에 이어 오는 9월5일의 창당대회 전까지 인천.
경기지역 단체장및 의원들과도 모임을 갖고 신당동참을 설득할 예정이다.

이처럼 김고문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의 신당행에 온갓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은 지방의회 장악여부가 내년 15대총선, 나아가 자신의 대권도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3번이나 대권도전에 실패한 것은 임명제 지방정부
아래서 "관권피해"를 입은 것이 적지 않은 원인이다고 주장해 왔다.

때문에 지방자치에서 여소야대를 이룩한 이상 이제는 "공정한 게임"이
가능해 자신의 대권도전 여건도 한결 나아졌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끌어안으려는 김고문의 이런 포석이 어느정도 힘을
발휘할지는 오는 9월5일의 창당대회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31일자).